01 _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름'
02 _ 뭉치면 산다(buy), 그리고 산다(live)
03 _ 브랜딩의 단계, 관계의 성립
04 _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한다.
05 _ 브랜드를 브랜딩하다.
마케팅은 판매 행위를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과거에 마케팅이란 소비자의 욕구를 발견해서 그것을 상품으로 만들어 알리는 것이었다. 상품을 만들어 판매만 하려고 이를 알리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 논리였고, 이때 가장 즐겨 쓰였던 구절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드릴이 아니라 구멍이다’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마케터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혹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고 욕구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여기서 만들어진 공식이 바로 4P Mix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상품은 대중 매체를 통해 알려주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상황은 전혀 다르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브랜드는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이제 마케터는 소비자의 욕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욕구를 만들어야 한다.
마케터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혹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고 욕구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여기서 만들어진 공식이 바로 4P Mix이다.
최근에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전동공구 브랜드인 보쉬(BOSCH)를 구매했다. 우리 아이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강철 권총(전동 드라이버 기계)을 들고 친구 아빠가 그네를 조립하는 것을 보고 돌아와서는 은근히 필자와 비교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탈 수 있는 대부분의 그네 세트 안에는 나사와 조립 공구가 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 아빠는 보쉬로 그네를 조립했던 것이다. 비록 집에서 대부분의 아이들 물건을 조립하는 것은 십자 드라이버로도 충분했지만 그것은 아이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게는 하지 못한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0.2초 안에 건담 총 같은 보쉬 전동 드릴로 작업을 하면 아이들은 이 조립 작업을 마치 로봇 생산하는 일쯤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보쉬라는 기계 때문에 필자는 가정적이며 능수능란한 아버지가 되었다. 그동안 필자에게 부족했던 뭐든지 다 만드는 아버지의 아이덴티티를 보쉬 브랜드가 강화시켜 준 것이다.
브랜드의 힘은 지금부터다. 보쉬로 인해서 우리집에는 조립식 가구들이 점점 많아졌다. 아이들과 함께 집안을 꾸미는 것이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서 가구를 조립식 가구인 이케아 브랜드로 바꾸게 된 것이다. 보쉬는 점점 필자를 멋지게 만들어 주었다.
필자에게 필요한 것은 ‘구멍’이 아니라 ‘아버지를 아버지 되게’ 그리고 ‘남편을 남편 되게’ 만드는 보쉬(BOSCH)였다. 이것이 바로 아이덴티티 브랜드다. 이처럼 브랜드가 새로운 욕구를 만들기 때문에 더 이상 욕구를 찾는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를 ◯◯되게' 만드는 브랜드, 이것이 바로 아이덴티티 브랜드다.
이처럼 브랜드가 새로운 욕구를 만들기 때문에
더 이상 욕구를 찾는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2009년 12월 1일은 브랜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평생에 한 번 볼 수 있는 ‘시장 광경’이 펼쳐진 날이었다.(스마트폰 시장의 본격적 시작이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KT와 함께 론칭했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는 아이폰의 성공적 론칭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관심은 오직 아이폰을 예약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인터넷 속에서 글로 떠돌아다니고, 서로 뭉치고, 기뻐하고 소문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줄을 세워 보는 일은 그야말로 브랜더들에게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한 순간이다.
어떤 옷을 입었을까? 어떤 브랜드를 좋아할까? 머리 모양은? 남자가 많을까? 여자가 많을까? 여자들은 어떤 사람일까? 실제 나이에 비해 외모의 나이는 얼마로 보일까? 그들을 한눈에 보는 순간 어떤 느낌을 느낄까? 그래서 1주일 동안 아이폰을 예약 판매하는 매장에 머물면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들에 대해서 뭐라고 딱히 말할 수 없지만 그들의 태도는 매우 진지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브랜드를 갖는 것에 대해 사뭇 엄숙해 보일 정도였다.
그중 이미 아이폰을 구매하고 액세서리를 사러 다시 매장을 방문한 한 소비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의 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이폰을 만났을 때 매우 떨렸어요. 뭐라고 할까요? 고등학교를 마치고 처음 소개팅을 하는 기분이랄까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혹시 잘못된 아이폰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도 했죠. 아이폰을 받고 집에 돌아와서 뜯어보지도 못했어요. 꼬박 하루 동안 상자만 쳐다봤어요. 이 기분을 오랫동안 느끼고 싶었습니다. 개봉을 하고 아이폰을 만졌을 때 뭐라고 말할까요, 첫 여자 친구의 손을 잡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저의 체온이 전달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의 지문이 묻은 아이폰을 바라보았을 때 저는 ‘드디어 나에게 다시 돌아왔구나’ 하는 이상한 감정까지 들었어요.”
그는 아이폰을 샀다고 표현하지 않고 만났다고 말했다. 아이폰과의 만남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첫사랑의 감정을 오랫동안 가진 채 살다가 어느 날 그 첫사랑의 여인을 다시 만나게 된 어눌한 남자처럼 보였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그는 쉽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 블로그나 카페 사이트에 접속하면 이보다 더한 상사병을 가진 소비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브랜드를 향한 소비자의 마음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
간혹 아직도 마케팅적 사고를 가지고 브랜드 순위에서 1등을 하는 것이 마케팅인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아이들은 간혹 당혹스러운 질문을 하는데 그것은 절대로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다.
‘사자와 상어랑 싸우면 누가 이겨?’ 혹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 악어지?’
사자와 상어는 절대로 만날 수 없고, 악어는 하마와 1:1로 만나면 도망가는 파충류다.
시장 점유율과 판매율이 비즈니스의 ‘성공의 기준’이었을 때는 순위가 중요했다.
코카콜라가 항상 브랜드 순위 1등이고 애플이 20등이라면 애플이 열등한 브랜드인가?
티파니와 BMW가 브랜드 순위 10위권 안에 없다고 별 볼일 없는 브랜드인가?
시장 점유율과 판매율이 비즈니스의 ‘성공의 기준’이었을 때는 순위가 중요했다.
주식 투자 관점에서는 현재의 시장 가치가 미래의 시장 가치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 지표를 모두 ‘숫자’로 표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숫자로 말할 수 없는 사실은 그냥 무시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숫자로 나타낼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숫자로 나타낼 수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숫자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믿음에 관한 숫자 지표는 어떤 공식에서 나올 수 있을까?
이처럼 브랜드를 향한 소비자의 마음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동안 ‘측정하지 못하면 조정하지 못한다’라는 명제 아래 마케팅의 성공 기준은 분명 ‘숫자’였다.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 평가에서 노출률, 도달률, 반복률, 재구매율, 회전율, 매출 성장률, 경쟁사 대비 판매율과 같은 숫자만 중요하게 여겼다.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돈’이다.
브랜드로 우리가 얼마나 버는가? 얼마나 빨리 버는가?
경쟁사보다 얼마나 많이 버는가? 그리고 얼마 동안 얼마나 벌 수 있는가에 관한 숫자다.
그러나 이 숫자는 경영자에게는 중요하지만 정작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론칭했을 때 다음 날 보고되는 내용은 무엇인가? 매출뿐이다. 대부분의 론칭 브랜드들은 소비자가 왜 매장에 왔는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고 있는 소비자인지, 소비자가 브랜드의 가치에 대해서 어떤 점에 동의하는지에 대해서는 물어보지도 않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 굳이 그들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던 이유는 당장은 돈은 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중 매체의 광고로 인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누렸던 시장 질서는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 시장 환경은 브랜드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인지도’에서 ‘충성도’로 이동하고, 개인적인 ‘브랜드 충성도’에서 이제는 ‘충성도를 가진 브랜드 부족’의 출현이 전체 시장을 이끌 것이다.
브랜드 마니아들이 만든, 그야말로 신경제의 전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로 브랜딩은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1%의 심리가 99%의 경제를 움직인다는 말처럼, 1%의 핵심 마니아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브랜드가 브랜딩 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개념을 뛰어넘어서 ‘통합관계’를 만드는 대표적인 브랜딩 사례는 지금까지는 애플이다. 앱스토어에는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응용 프로그램들이 현재까지 약 10만여 개가 있고, 누적 다운로드 수는 무려 20억 건이 넘는다고 한다. 브랜드 마니아들이 만든, 그야말로 신경제의 전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로 브랜딩은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1%의 심리가 99%의 경제를 움직인다는 말처럼,
1%의 핵심 마니아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브랜드가 브랜딩 되고 있다.
만약 지금까지 말한 정의를 가진 브랜드로 비즈니스를 한다면 돈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일 뿐이라고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브랜드에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의 친한 친구가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면 어떤 기분을 가지겠는가? 이제 상표 가치를 가진 브랜드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브랜딩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처럼 브랜드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환경이 변화했다면 당연히 기업도 브랜드 중심적으로 변해야 한다. 물론 마케팅이 불필요하게 되었다고 마케팅 인력과 전략도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욕구의 관점과 브랜드를 선택하는 욕망의 결과가 바뀌었기 때문에 소비자를 욕구를 해결하지 못한 타깃으로만 생각했던 재래식 경영의 관점에서 현재의 시장을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상표가 붙은 상품이 아니라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가 되었다. 오늘날 브랜드란 경영자가 소비자를 향한 지속성, 일관성, 명확성 그리고 혁신성에 대한 태도의 상징이다. 브랜드와 기업은 이제 블랜딩(blending, 융합)되어 브랜드가 되었다. 한 마디로 브랜드는 경영자의 일하는 방식의 연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브랜드는 상표가 붙은 상품이 아니라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브랜딩의 시작은 시장에서가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시작된다. 기업이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소비자 중심적으로 마케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경영’을 바꾸어야 한다. 경영자 자신이 브랜드가 되는 것, 브랜드가 되어버린 상품을 생산하는 조직원들이 브랜드처럼 되는 것이 바로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이다.
브랜드스러운 사람을 뽑고, 이들이 브랜드답게 움직이고, 브랜드처럼 행동하고, 자신이 브랜드라고 착각(?)하는 것이 내부 브랜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브랜드는 경영 차원에서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브랜드란 경영 철학의 연장이다.
브랜딩이란 무엇인가?
01 _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름'
02 _ 뭉치면 산다(buy), 그리고 산다(live)
03 _ 브랜딩의 단계, 관계의 성립
04 _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한다.
05 _ 브랜드를 브랜딩하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13 브랜딩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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