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terview with 에릭 슐츠(Erich Schulz)
언젠가부터 오렌지 주스 팩에는 빨대가 붙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여러 번 나눠 마실 수 있는 큰 용량의 주스 팩의 한 켠에는 뚜껑이 달린 홈통이 생겨났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아무나 생각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이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상용화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오랜 시간 코카콜라, P&G, 월트 디즈니 등의 굵직한 기업에서 마케팅 총책임자였던 에릭 슐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에게도 실패의 경험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몸담았던 P&G 시트러스 힐(Citrus Hill)의 최고 경쟁사였던 트로피카나(TROPICANA)와의 오렌지 주스 게임에서 쓴 맛을 봐야 했던 것이다. 맛을 강조했던 시트러스와는 달리 신선함을 강조한 트로피카나는 주스 팩에 그려진 빨대를 늘 강조했는데, 이는 ‘바로 꽂아먹는’ 즉, 신선함의 의미를 내포한 도구였던 것이다.
그의 저서에서, 그리고 본지와의 인터뷰 중에도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실수에서 얻게 된 교훈을 공유하며, 자신이 제공하는 상품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는 그야말로 진정한 마케팅 구루이며 최후의 승자임이 분명하다.
RAW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본질’이라 대답하는 그에게 실전에서 얻은 혜안을 들어본다.
UnitasBRAND RAW라는 단어는 어떤 이미지 혹은 단어를 연상시킵니까?
Erich Schulz 무엇이든 간에 그것의 초두의 것. 아주 앞단의 상태의 것들이 떠오릅니다. 예를 들자면 기초 단계의 아이디어 같은 것들 말이죠. 다음 단계의 보살핌 혹은 가공, 그리고 사용 가능한 상태로 되기 위한 발전 단계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씨앗과 같은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UnitasBRAND 저희는 RAW의 사전적 단어의 의미를 통해 ‘진짜의(authentic)’, ‘원형의(archetype)’, ‘본질의(essence)’ 등의 개념어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rich Schulz 그러한 도출에 있어서는 ‘본질의(essence)’라는 의미가 가장 적절한 유추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A raw idea is the essence of an idea’라는 문장에서 보듯 RAW와 본질은 바로 대체될 수 있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authentic’과 ‘archetype’은 RAW와 매우 다른 것으로 느껴집니다.
다음 단계의 보살핌 혹은 가공, 그리고 사용 가능한 상태로 되기 위한
발전 단계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씨앗과 같은 이미지가 연상 됩니다.
UnitasBRAND 그렇다면 이러한 RAW라는 개념으로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Erich Schulz RAW라는 코드로는 어떠한 접근이든 훌륭한 접목이 될 것입니다.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했던 모든 마케팅 아이디어들은 이러한 본질적인 생각의 씨앗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생각의 씨앗이 배양되고, 자라나서 때로는 다른 아이디어들과 융합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결과물들이 실제 생활 속에 현실화되어 구현되죠. 모든 훌륭한 마케팅 아이디어들은 그간 시도되었던 실제적 전략들의 융합입니다. 새로운 다른 방법들로 적용된 것이죠.
구현 프로세스 자체가 인적 네트워크 안에 씨앗을 심는 것으로
시작되고 파생된 브랜드들은 향후 2~3년 안에 자신들의 운영체계를 재정비하거나 서비스 자체를
재정의 내려야 합니다. 씨앗이 어떻게 변해 어떠한 모습으로 드러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UnitasBRAND 어떤 브랜드를 RAW 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까요?
Erich Schulz ‘마이스페이스(MySpace)’나 ‘페이스북(Facebook)’ 그리고 ‘링크드 인(Linked In)’ 같은 인맥 네트워크 프로그램들이 천성적으로 RAW 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브랜드들은 구현 프로세스 자체가 인적 네트워크 안에 씨앗을 심는 것으로 시작되고 파생됩니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향후 2~3년 안에 자신들의 운영체계를 재정비하거나 서비스 자체를 재정의 내려야 합니다. 씨앗이 어떻게 변해 어떠한 모습으로 드러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늘 한결 같은 것은 어떤 것도 없습니다. 변화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조건부 이메일 시스템은 굉장히 RAW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획일된 메시지가 아닌 살아 움직이고 직접 반응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처럼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UnitasBRAND 브랜드가 RAW컨셉을 자신의 마케팅이나 브랜딩 기법에 사용한다면 어떠한 효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실제 시장에 이러한 방법으로 성공을 거둔 브랜드가 있습니까?
Erich Schulz 기술적 혁신은 늘 마케터로 하여금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다시 고민하게 합니다. 10년 전, 혹은 5년 전 때로는 심지어 작년에 취했던 방식은 오늘날 더 이상 실제 시장에서 이상적인 방법이 아닌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메일 마케팅이 바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가장 좋은 예입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메일 마케팅의 핵심 쟁점은 오픈율(Open Rates)과 클릭율(Click Through Rates)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익률 극대화가 주된 초점이 되면서 이제는 점점 더 똑똑해진 메시지 전송법, 좀 더 고객 맞춤 이메일 마케팅이 핵심이 되었습니다.
각 개인에 맞춰 조건적으로 발송되는 시스템이 개발된 것이죠. 점점 더 똑똑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건부 이메일 시스템은 굉장히 RAW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획일된 메시지가 아닌 살아 움직이고 직접 반응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처럼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UnitasBRAND 과거에 사례로 이야기하셨던 트로피카나(Tropicana)와 시트러스 힐(Citrus Hill)의 마케팅 전쟁 사례에서는 ‘맛과 신선도’의 경쟁 구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맛을 강조한 시트러스 힐보다는 신선함을 강조한 트로피카나의 승리로 끝이 난 이 게임에서 트로피카나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렌지 주스의 RAW한 속성을 잘 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렌지 주스의 근원적 속성은 맛보다는 신선함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rich Schulz 트로피카나는 농축 오렌지 주스가 아닌 신선한 주스라는 점에서 미국 오렌지 주스 시장의 단연 선두주자였습니다. 그들의 광고는 항상 오렌지에 꽂혀진 빨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소비자로 하여금 트로피카나 오렌지 주스는 마치 진짜 오렌지를 바로 먹는 신선함과 맛을 지닌 것처럼 느끼게 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의 성공요인은 신선함과 훌륭한 맛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신선함은 곧 훌륭한 맛을 낼 것이라는 일종의 인과관계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식 과정에서 ‘신선함’이 ‘맛’보다 우선 단계에 있기 때문에 트로피카나가 좀 더 RAW 한 속성을 공략했던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신선함을 강조한 트로피카나의 승리로 끝이 난 이 게임에서
트로피카나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렌지 주스의 RAW한 속성을 잘 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UnitasBRAND 저서에서 말씀하신 ‘지식 캐기(Knowledge Mining)’라는 개념은 매우 흥미로운 접근이었습니다.
책에서 소개된 내용 이외에 출간 후 더 개발된 지식 캐기 방법이 있습니까?
Erich Schulz 시장 조사를 위한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여전히 ‘점내 학습(In-store research)’이라고 생각합니다. 패키지에 적힌 선전문구를 읽거나 패키지에 나타난 변화를 살피거나, 경쟁 구도를 살피며 판매량을 조사하는 것, 새로 등장한 브랜드나 상품을 조사하는 것 모두가 점내 학습에 속합니다. 또한 그 매장 내에서 쇼핑하는 소비자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즘에는 이러한 점내 학습 이외에도 인터넷을 통해 해당 브랜드의 웹사이트를 꼼꼼히 보는 것은 넘 당연하지만 중요합니다. 그들이 주력하는 상품과 그 상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에 귀 기울입니다. 그밖에 진행중인 프로모션 혹은 새로운 정보를 체크합니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아마도 마케터들은 시장 전반에 걸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UnitasBRAND 그러한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통찰력을 실제 경험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Erich Schulz 점내 학습의 유익함을 알게 된 것은 매우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P&G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주말에 한 파티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P&G 소속의 여러 자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마케터들과 함께 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그 마케터들과의 대화를 통해 점내 학습을 통한 지식 캐기가 책상에 앉아 시장 분석 리포트를 읽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고 현실적인 학습 방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파티에 참석하기 전에 저는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점내 학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P&G가 가지고 있던 다른 브랜드들이 궁금했던 저는 매일 밤 업무를 마치고는 지역 슈퍼마켓에 들렸었죠.
P&G 소속의 다양한 상품들을 각 카테고리별로 묶어 하루 밤에 한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조사하고 분석했습니다. 꾸준히 6개월 동안 부지런히 조사하고 다니다 보니 외려 해당 브랜드 담당 마케터들보다 제가 더 그 상품 영역에 깊은 인사이트를 갖게 된 것입니다. 제가 한 것이라고는 단순히 상점에 들려 카테고리를 구분하고 분석한 것밖에는 없는데 말입니다.
RAW 한 아이디어는 단지 가능성이 넘치는 씨앗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계속해서 훌륭한 아이디어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만약 단순히 ‘좋은’ 상태에서 노력을 멈추고 그것을 구현시키면 절대 ‘훌륭한’ 결과는 얻지 못할 것입니다.
UnitasBRAND 어떠한 상품의 RAW한 속성을 보여주거나 연출하는 것은 소비자가 그 상품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 강력한 유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rich Schulz 사실상 그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RAW에 가까운 아이디어는 시장에 소개하기 전에 많이 정제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AW한 아이디어는 단지 가능성이 넘치는 씨앗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계속해서 훌륭한 아이디어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만약 단순히 ‘좋은’ 상태에서 노력을 멈추고 그것을 구현시키면 절대 ‘훌륭한’ 결과는 얻지 못할 것입니다. 비록 당신은 그 상태에서 만족할지라도 소비자는 절대로 당신이 원하던 만큼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당신 브랜드에 대한 믿음도 상품에 대한 믿음도 모두 잃은 채 그 상품을 사양시키게 되겠죠.
에릭 슐츠(Erich Schulz)
브리검 영 경영대학(Brigham Young University Marriott School of Management) MBA를 마친 그는 마케팅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코카콜라, P&G, 월트 디즈니사의 마케팅 총책임자로 일하며《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등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였다. P&G에서는 주스팩에 빨대를 붙이는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공했다.
Utah Jazz, the Salt Lake Bees, KJZZ-14 Television가 소속되어 있는 Larry H. Miller Sports & Entertainment Group의 부대표를 역임하였다. 현재 Utah State University에서 Marketing courses(MBA)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7 RAW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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