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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나이듦에서 나듦

about/나이듦에서 자기다움, 나듦

by chief-editor 2023. 8. 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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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이 아니라 나듦

 

나보다 6개월 먼저 퇴직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오래간만에 자동차를 끌고 나왔다.

나는 퇴사한 후부터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런데 이날은 여러 개의 미팅이 겹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했다. 

몇 주 동안 운전을 안 했기 때문에 자동차 파킹을 어디다가 했는지 기억 못 했다.

나는 습관적으로 지하 2층에 차를 세워두었는데 항상 두었던 그 자리에 자동차가 없었다.

 

전자키 알람 버튼을 사방을 향해 쏘아보았지만 조용했다. 나는 혹시나 해서  지하 1층으로 올라가서 알람키를 눌렀다.

내차는 주인에게 학대받아 버려진 유기묘처럼 주차장 끝쪽에서 두려워 ‘야옹’하는 것처럼 힘없이 ‘삑’ 소리를 냈다. 

 그때서야 왜 내가 그곳에 파킹을 했는지 기억이 났다. 늦게 집에 도착했고 아파트의 주차장에는 자리가 없었다.

나는 지하 2층을 돌다가 혹시나 해서 지하 1층으로 올라오면서 나오는 차를 보았다.

그때 빈자리를 확인해서 파킹을 했던 것이다. 

 

자동차에 앉자 자동 시트 시스템에 의해서 의자가 앞으로 당겨졌다. 마치 잃어버린 우주선에 올라탄 조정사가 된 기분이었다.

왜 이렇게 낯설까? 기름 한 칸 반이 남은 것을 확인하고 나는 운전감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마음 때문에 조심스럽게 차를 빼었다.   

 

그동안 자동차 기름값을 회사에서 지원받았기에 내 차가 이렇게 연비가 나쁜 줄을 그때서야 알았다.

운전 중에 기름칸을 볼 때마다 뚝뚝 떨어져서 기계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일반 모드로 자동차를 운전했는데 퇴사한 이후부터는 녹색 ECO모드로 바꾸어서 안전 주행만 다닌다.

7년 동안 탔던 12만 킬로비터 탔던 자동차를 계기판을 보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은 과연 이 차를 밟으면 계기판에 적힌 240km까지 달릴 수 있을까?이다. 

 

 

우리나라 도로 여건상 240킬로 미터를 탈 도로는 없지만 240킬로까지 달린 후에 나는 땅에 있을까? 

아니면 땅에 묻혔을까? 나는 최대 속도는 140킬로 까지 밟아 본 것 같다. 

 

내 인생을 240킬로미터까지 달려본 적이 있나? 요즘 이 질문 때문에 인생이 더 진지해졌다. 

이런 질문을 한 것은 ‘포드 V페라리’ 영화 때문이다. 이 영화가 시작할 때 이런 내레이션으로 나온다.

 

 "7000 RPM 어딘가엔 그런 지점이 있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 7,000 RPM 바로 거기서 만나는 거야 그 순간 질문 하나를 던지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누구인가?" 

 

자동차 계기판 왼쪽을 보면 숫자 1~6까지 나오는 것이 RPM( Revolutions Per Minute / 엔진의 분당 회전 수) 계기판이다. 계기판 밑에 보면  1,000 RPM이 쓰여 있다. 아마 숫자 다른 숫자와 달리 7~8까지 빨간색 칸이 보일 것이다. 바로 그 지점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이다. 죽음에 가깝고 매우 위험한 단계라는 뜻이다. 내 자동차의 적정 RPM은 1,500~2,000이다. 

 

2시간 32분짜리 영화였는데 레이싱 관람처럼 순식간에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누구인가?]라는 도입이 너무 강렬했다.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똑같은 내레이션으로 마친다. 이 영화에 몰입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이때 51세로 회사를 그만두려고 고민 중에 있었는데 영화 스토리와 나의 인생이 묘하게 데칼코마니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퇴사하기 전에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스트레스는 7000 RPM까지 올라갔고 계속 나는 나에게 질문을 했었다.

[내가 나답기 위해서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나의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나를 둘러싸인 것이 사라지고 나만 남았던 나의 7000 RPM 지점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광고를 받지 않고 정기구독자로만 운영하는 전문 잡지를 출간하고 자영업자를 위한 무료 브랜드 교육과정인 골목대학이라는 사회적 운동을 해보았다. 돈으로 인생을 앞으로 가게 하지 않고 돈의 중력과 저항을 넘어서 일을 해보았다.

그 이유는 진짜 내가 이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일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돈을 받지 않고도 일할 수 있다면(일하고 싶다면) 어떤 신념이 필요할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밟으면 정말로 240킬로를 돌파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고 4년 뒤에 나는 2023년 1월 31일에 퇴사했다. 

2015년 내가 창업한 회사를 합병하고 부사장으로 다니다가 54세로 퇴사했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의 7000 RPM 지점은 바로 2020년이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던 시기였다. 

국민연금을 확인해 보니 1993년부터 7월부터 가입했다. 2023년 1월 31일에 퇴사를 했으니 30년 만에 실업자가 되었다. 

 

 

오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은 앞으로 내가 준비하고 있는 유니타스라이프(비영리 단체)에 대한 리서치이다.  굳이 이 친구를 선택한 이유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퇴직 이후의 삶을 너무나도 행복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과는 너무나 다른 생활을 보내고 있었기에 나는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갑자기 불쑥 전화해서 약속을 잡았다.  

 

내 기억으로는 수년동안 만난 적은 없었고 그저 sns에서 좋아요를 클릭하면서 인사하는 정도인 사이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미팅 요청할 생각은 없었다. 메시지로 내가 최근에 퇴직을 했고 시간 되면 한번 만나고 싶다는 간략한 문자로 보냈는데 1분도 안되어서 전화가 왔다. 전화기 건너편에서 말하는 친구의 웃는 얼굴이 보일 정도로 말소리에 웃는 표정이 들렸다.

 

내가 식사 한번 산다고 하니깐 너무나 즐거웠던 것일까?  우리는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렇게 까지 반가워할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퇴직 선배로서 조언할 것이 많다고 즐겁게 걱정을 해주었다. 

오랫동안 사람을 만나지 못한 사람처럼 친구는 나에게 이것저것 묻고 우리가 같이 알고 있던 사람의 근황을 묻지도 않았는데 말해주었다.

5명 중에 4명이 퇴사를 했고, 3명이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렇게 친구는 전화로 30분을 이야기하고 우리는 약속을 정했다.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우리는 식사를 먼저 하고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친구는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수 없다고 반주를 하면서 식사를 하자고 했다. 나는 차를 운전하기 때문에 친구의 잔만 채워주었다. 친구는 처음부터 소주 두 잔을 한꺼번에 들이켰다. 그렇게 밥 대신에 술잔을 더 많이 입으로 가져갔다.

친구에게 술을 당기게 했던 질문은 이것이다. “일을 하지 않을 때 너는 누구라고 생각해?” 나는 술 취하기 전에 맨 정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대답을 빨리 듣고 가려고 했던 나의 실수였다. 질문에 치명적인 독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마징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마징가라는 이름은 영어 Machine의 일본 발음이고, 주인공은 '카부토 코우지’이다.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강쇠돌이다.

대기업에 다녔던 내 친구는 대략 25년 동안 마징가는 아니고 머신 갑( machine 甲)으로 만화 주인공 강쇠돌처럼 살았다.

그는 자신을 마징갑으로 착각해서 협력업체들에게 주먹과 빔을 쏘고 다녔다.

그렇게 강쇠돌이 된 내 친구의 찬란한 인생 넋두리가 시작되었다.

이야기는 대기업 입사 전체 3등으로 들어갔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앞으로 그의 직장 생활 30년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자신의 인생을 기업 드라마 24부작으로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알고 싶지 않은 사장의 스캔들과 비리를 한없이 쏟아 내기 시작했다. 

 

 

"내가 그곳에서 어떻게 임원까지 된 줄 알아? 완전 드라마였어.”  

강쇠돌은 경쟁률과 인사고과라는 시스템 때문에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이라고 착각했었다고 한다. 최연소 임원에 최연소 본부장을 역임한 이야기를 영화의 프리퀄과 시퀄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강쇠돌에게 최연소는 가장 중요한 인생 목적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임원 달고 가장 빨리 명퇴를 한 임원이었다.

 

공산당 군인의 윗 옷에 달려있는 수많은 훈장 때문에 허리가 뒤로 넘어가는 것처럼 강쇠돌은 목을 점점 뒤로 재치고 자신의 찬란했던 직장생활을 이야기했다. 소주병은 계속 늘어갔지만 나는 막을 수가 없었다. 강쇠돌은 이렇게 자기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을 오래간만에 만난 것 같았다. 직장에서는 모두들 그의 이야기를 인내하면서 들었지만 일단 퇴사를 하면 누가 이런 왕년의 이야기를 듣겠는가! 프로젝트 준비를 하기 위하여 FGI대상자로 만날 수 있냐고 묻지 않고 불쑥 전화를 해서 밥 사준다고 나오라고 했던 나는 미안해서 말을 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대화가 끊겼다. 그리고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서 불쑥 이야기를 바꾸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주제로 돌아왔지만 쇠돌이는 많이 취해 있었다. 강쇠돌은 막상 나와보니 자신은 사람 몸속에 숨어 살았던 외계인이라고 고백했다. 대기업 임원에 맞춰진 삶에 살다가 나와보니 다른 행성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친구의 이런 말을 듣고 보니 친구는 영화 맨인블랙에 나오는 아퀼리안 외계인처럼 보였다.  라이타 크기의 외계인은 사람처럼 생긴 로봇의 머리에서 조정하는 그런 약한 외계인이다. 

 

"내가 그곳에서 누군 줄 알아?"  이렇게 자신이 누구인 줄 타인에게 물어본다는 것은 자신도 자신을 모른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임원을 생활의 달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달인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는 어설프게 모든 것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달인(達人: an expert, a master)의 사전적 정의는 널리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정통한 사람이나 특정 분야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대기업의 임원까지 한 사람이라면 분명 조직력과 개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틀림없다. 혹시 이런 달인들이 주변에 있다면 달인의 특이점(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관해서 질문을 해보자. 그의 대답으로 그가 인생의 달인(전문가)이 되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특이점이 모두 닳아 없어진 ‘닳인’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 

 

강쇠돌은 퇴임 이후에 하고 싶었던 10가지 이야기를 이야기했다. 세계일주, 자신의 책을 쓰기, 일본어 배우고 일본에서 요리사로 1년 동안 일해보기, 유투버 되기 등 10가지로 이야기를 했는데 술에 취해서 기억을 못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잊었는지 계속 반복되었다. 쇠돌이는 세계 일주대신에 미국으로 이민 간 동생집에 머물면서 미국을 한 달 동안 친구들 만나면서 여행을 했다. 나는 나머지 버킷리스트도 물어보았지만 모두 하지 못했다고 했다.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자신의 책 쓰기 항목이다.

 

오늘 내가 강쇠돌을 만나려고 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프로젝트는 중장년층이 가지고 있는 경력과 지혜를 브랜드로 창조하여 일자리가 아니라 일터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술 취한 강쇠돌에게 이 부분을 집중해서 물어보았지만 그는 책을 쓰기 위해서 여러 책을 읽었고, 정리를 했고 그리고 출판사를 선택 중에 있었다고만 말했다. 나중에 나는 이 부분을 다시 전화로 물어보았다. 그가 자신의 30년 임원 생활에서 배운 것을 책으로 쓰지 못한 이유는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유튜브에 있거나 인공지능이 더 잘 알려준다고 했다. 책을 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책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의 버킷 리스트도 살펴보면 누구나 하고 싶거나 모두 익숙한 것들이다. 나는 술 취한 강쇠돌에게 버킷 리스트의 기준을 물어보았다. 결국 그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은 남들이 다해서 자랑하는 것을 한번 따라 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의 버킷리스트는 진짜 죽기 전에 한번 해보고 싶은 것들이다. 안 해도 상관없는 것이지만 이야기는 만들어 낼 수 있는 항목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진부한 조언이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다.

 

강쇠돌의 명퇴 이후의 삶은 발을 땅에 붙지 않는 이야기였다. 어떤 이미지를 그리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그림이 될 수 있다. 

강쇠돌은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퇴사한 나에 대한 조언이다. ‘세상은 회사와 완전히 다른 곳이다.’ ‘퇴사하면 조급해하지 말라’ ‘퇴사 전에는 사회에 나오면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진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라’ 등 나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는 말들을 계속했다. 내용은 없지만 조회수를 올리려고 어그로용으로 만든 카피 같은 말만 했다. 자신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남의 조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묻지 않은 조언들을 계속했다. 그렇게 우리는 11시까지 그곳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를 태우고 판교로 향했다. 

 

 원래 내 차 안에서 토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각자 헤어지려고 했지만 택시를 타지 않고 굳이 버스를 타고 간다는 강쇠돌에게 돈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태우고 가는 중이다. 창문을 열고 그는 좌석을 해먹처럼 세로로 눕혀서 누워갔다.  

강쇠돌은 전쟁에서 부상을 당해 고통을 잊기 위해서 모르핀 주사를 맞고 약에 취해서 쓰러진 노병처럼 보였다. 

오늘 친구 강쇠돌의 만남이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이 친구는 강쇠돌1이었고 그 이후에 강쇠돌2,3,4,5를 만나면서 내가 고민하고 있는 중장년의 삶과 휴먼 브랜드에 대해서 확신을 갖게 되었다. 

 

특히, 오늘 만난 강쇠돌1과 만나서 얻은 것이 많다. ‘세상은 회사와 완전히 다른 곳이다.’ 처음에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세상과 회사는 왜 분리되어 있을까? 세상 안에 있는 회사에서 왜 다른 세계를 경험했을까?  이 말 같지도 않은 말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이것은 자연법칙이다. 자연법칙을 거스리는 것들은 대부분 파괴되고 사라진다. 우리는 지구와 태양의 중력 가운데 살고 있지만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거대한 중력이라는 것에 우리는 중력이 없는 것처럼 자유롭게 살고 있다. 회사에는 중력이 있다. 나는 그 중력 안에서 익숙하게 살아왔다. 회사의 규칙과 질서 안에서 나의 위치를 지키면서 보냈다. 회사원으로 살면서도 그 회사의 중력으로 인해서 나는 세상의 중력을 경험하지 못하거나 영향권 아래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태양의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성간우주(Interstellar 태양계의 끝 항성과 다른 항성 사이를 말한다. 태양의 중력을 넘어 태양풍과 자기력선이 미치는 태양권 밖의 별과 별 사이의 우주다.) 성간우주는  그 어떤 항성의 영향권이 없는 공간이다. 나의 위치를 돌이켜보니 회사의 영향권이 없는 성간우주에 있었다. (보이저 2호는 1977년 8월 20일 발사된 이후 41년에 걸쳐 297억 7천200만㎞ 비행 끝에 2018년 12월 18일 성간 우주에 도달했다.)

이런 상상으로 운전을 하면서 강쇠돌1을 보니깐 구급차가 아니라 마치 나는 성간우주에서 미아가 된 남처럼 낯선 동료 한 명을 우주선에 태워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유치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회사의 중력권에는 빠져나왔다.

나는 30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다가 퇴사 한 달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일을 안 하면 어떤 존재일까?” 

“일을 안 하는 나는 무엇을 할까?”

“돈을 벌지 않고 산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돈을 벌지 못한다면 나는 어떤 존재가 될까?” 

퇴사 한 달 전부터 이런 질문을 했던 이유는 아쇼카와 미팅을 하면서 [중장년 문제]에 관한 자원봉사 팀을 맡으면서부터였다. 나는 아쇼카와 미팅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인구 고령화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웃긴 착각이지만 나는 내가 고령화를 뜻하는 중년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30대처럼 여전히 바빴고 앞으로도 바쁘게 살게 될 것 같다. 이미 퇴사 이후에 창업을 아이템과 인력 세팅은 모두 끝났다. 퇴사하면서 바로 일은 진행하면 되었다. 나는 아쇼카에서 받은 책과 유튜브 자료 그리고 각종 자료를 보면서 갑자기 생각이 선회했다. “지혜와 경험을 가진 중년들에게 브랜드 교육을 시켜 재취업과 창업을 돕는 브랜드 학교를 세우면 어떨까?” 2013년도에 이미 골목대학이라는 브랜드 교육을 했기에 연령층을 올려서 진행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렇게 시작해서 론칭한 사이트가 unitaslife.com이다. 

 

강쇠돌을 만난 이유도 이 프로젝트를 위한 리서치였다. 자료를 모으면 모을수록 중장년층에 대한 참담함과 암담함이 생겼다. 사회 안전망은 없었고 혁신적인 대안도 없었다. 분노와 책임감이 같이 연결되어서 이상한 채무의식이 생겼다. 중장년 취업과 창업 문제가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도시소멸과 연결된 전체로 연결된 부분의 문제였다. 중년들의 재취업은 생계연장이라는 연명장치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일터가 되어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희미한 지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차가 없었다. 용인고속도로 들어오면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차를 200킬로미터 까지 밟으면 어떻게 될까? 7년 된 차가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 혹시 그 이상으로도 달릴 수 있지 않을까? 밟아보고 싶은 충동이 있었지만 12만 킬로미터를 달린 SUV를 믿지 못했다. 페라리라면 밟을 수 있을 텐데. 이 차가 200킬로미터를 주행한다고 할 때 자동차가 그 힘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을까? 술은 친구가 마셨지만 그 친구가 던진 질문들이 나를 묘하게 취기를 돌게 했다. 취한 사람들이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도 수많은 생각으로 인해서 혼란스러웠다. 

 

54살의 몸을 가진 나는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까? 포르셰 같은 30대의 열정과 집중력으로 지금도 창업할 수 있는 힘이 있을까? 나의 직장 생활 30년 중에 15년은 대표이사로 그리고 15년은 직장인으로 일했다. 그래서 이 모든 역할이 갖는 어려움과 대가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중장년에 다시 밟고 달려야 할까? 아니면 기업을 중립모드로 두고 인생 하가에 힘을 빼고 가늘고 길게 가야 하나? 

 

 ‘포드V페라리’ 영화가 끝나는 시점에 내레이션이 이렇게 나온다. 

 "7000 RPM 어딘가엔 그런 지점이 있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 차는 무게를 잃고 그대로 사라지지 남은 건 시공을 가로지르는 몸뿐. 바로 거기서 만나는 거야 그 순간 질문 하나를 던지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누구인가?"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이며, 포드를 운전했던 케네스 헨리 마일스 Kenneth Henry Miles는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난 누구인가?’

이 질문의 대답은 철학의 시작이고 종교의 끝이다. 모두 이 질문에서 시작해서 이 질문으로 끝난다. 

중장년의 새로운 삶을 돕기 위한 유니타스라이프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2023년 1월 4일부터 시작한 ‘중장년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대답을 쓰려고 한다. 

 

https://www.unitaslife.net/

 

중장년 목적연합 유니타스 라이프

Unitas Life for Midlife, 중장년의 삶은 나이 듦에서 나듦으로 변화됩니다. 유니타스라이프Unitas Life의 라이프L.I.F.E는 Learning Innovation For Evolution입니다. 평생 학습이 아니라 인생 혁신입니다.

www.unitas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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