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거친 물살을 가르며 강물을 거슬러 오른다. 그것은 자신의 종족을 번성시키기 위한 본능 때문이다. 그래서 연어들은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되거나 지쳐 죽는 한이 있어도 그 여정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껍질을 깨고 나오는 새끼 새의 몸부림이나 땅을 뚫고 새싹을 틔우는 식물들의 고된 과정에는 모두 이 같은 절박하고도 고귀한 생명력이 숨어 있다. 사람이나 기업의 세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사람의 인격적인 성숙 뒤에는 언제나 눈물겨운 인고의 스토리가 숨어 있게 마련이며, 거의 모든 창업의 스토리에서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창업의 과정은 어떤가?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이 아니면 안 되는 절박함’에서 창업을 시작하곤 한다.
그러나 그중의 몇몇 사람들은 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불평과 불만보다는 자기 나름의 인내와 지혜로 해결해갔다.
무엇보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과거의 습관, ‘관성’을 거슬러 헤엄치며, 동시에 업(業)을 통해 한 사람의 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성숙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켜낸 창업자들의 기준들은 이후 브랜드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자기다움’의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는 핵심 가치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관성을 깨고 태어난 브랜드들에서 펄떡이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관성이란 ‘물체가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한 정지 또는 운동의 상태를 지속하려는 성질’을 말한다. 즉 자연 상태의 물체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힘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관성의 법칙은 특별한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오늘날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급정거하는 버스나 기차를 굳이 예로 들어 설명하지 않더라도 관성은 너무나도 당연한 자연법칙 중 하나며,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관성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더 큰 에너지의 투하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새로운 지식이 아니다.
그런데 관성은 사람이나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해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나쁜 습관이나 생활방식에 젖어 발전이 없는 사람을 보고 ‘타성에 젖어 있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고민이나 노력 없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늘 하던 방식대로만 하려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창업이라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견뎌 낼 수 있을까?
과거보다 더 나은, 혹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타성에 빠진 사람이 창업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연 그 사람은 창업이라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견뎌 낼 수 있을까? 과거보다 더 나은, 혹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이전과는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브랜딩의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석봉토스트의 김석봉 대표는 창업을 위해서 한 개인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참고로 관성이라는 말은 라틴어 ‘inner’로부터 나왔다. 이 말의 뜻은 다름 아닌 ‘일하지 않는’ 혹은 ‘게으른’이라는 뜻이다).
“맨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잠, 게으름, 그리고 얻어먹는 습관이었다. 일찍 일어나는 게 제일 괴로웠고 습관적으로 게을렀다. 얻어먹는 게 편하니까 하던 일도 빨리 포기했다. 왜? 또 얻어 먹으면 되니까. 이 세 가지가 나를 틀에 묶어버려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석봉토스트를 시작하면서 잠을 줄였다. 5시간 자면서 습관 바꾸기 20일에 도전했다. 이 과정을 습관처럼 반복했다. 그렇게 석 달이 가고 3년이 지나니 나한테도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 석봉토스트 대표 김석봉
토스트를 팔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 재료를 준비하고 가게를 열어 출근길의 손님을 맞아야 한다. 따라서 늦잠을 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루 전 신선한 야채와 달걀, 빵을 준비해야 하는 토스트 가게 주인에게 게으름이란 곧 가게의 실패를 뜻한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순간 부끄러움을 무릅 쓰고 시작한 이 일을 끝까지 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든 창업자들은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의무감과 책임, 노력을 요구 받는다. 바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창업이란 그 자체로 하나의 타성을 깨는 것이다. 60억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구 상에 전에 없던 새로운 기업으로 태어나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창업의 주체인 창업자는 모든 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음과 동시에 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모든 프레임과 룰을 새롭게 정의하고 지키고 실천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무엇보다 (직장인, 전업주부 혹은 학생과 같은) 이전의 라이프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아무도 창업자에게 일찍 출근하라거나 밤늦게까지 일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의 모든 창업자들은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의무감과 책임, 노력을 요구 받는다. 바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타성(관성) 깨기는 구체적으로 창업 과정에 어떤 도움을 줄까?
많은 창업자들에게 주말이란 (일하는) 평일의 연속일 뿐이다.
매일의 싸움에서 소소한 승리를 거두며 죽음과도
같은 관성의 영향력에서 빠져 나오지 않는 한 창업은 이미 시작부터 진 싸움임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우선 창업자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오는 작은 승리를 통해 가장 큰 자산이랄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싸움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담배를 끊은 사람과는 절대로 친구가 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겠는가. 처음부터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이러한 성공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오히려 작은 성공들이 켜켜이 쌓여 농익은 경험으로 축적될 때 진정한 성공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이 창업을 결심했다면 이전의 모든 라이프스타일과 결별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창업자들에게 주말이란 (일하는) 평일의 연속일 뿐이다.
게으름과 안일함은 최고의 적이다. 매일의 싸움에서 소소한 승리를 거두며 죽음과도 같은 관성의 영향력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한 창업은 이미 시작부터 진 싸움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면 이후의 모든 싸움은 창업을 지나 본격적으로 닥치는 경영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체력이 되고 자양분이 되고 근육이 되어 줄 것이다.
“길에서 노점을 할 때 토스트를 굽다가 누군가 심하게 방해하면 그냥 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같이 나왔다. 그건 다른 누군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누군가가 방해한다 해도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나는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상황의 절박함이 지혜를 구하게 했고 나만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법 아닌 방법을 찾게 했다. 그때 깨달았다. ‘나를 이기면 그 무엇이든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을 그때 처음 느꼈다.”
- 석봉토스트 대표 김석봉
둘째, 창업자가 자신의 관성을 깨고 성공한 이야기는 이후 브랜딩을 위한 강력한 스토리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나름의 고난과 역경의 창업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도구가 없다. 흔히 소설이나 드라마의 작가들은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크나큰 시련을 안겨주곤 한다. 이러한 시련과 갈등을 극복하는 캐릭터와 교감하면서 사람들은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가진 경쟁력만큼이나 그 브랜드의 진정성을 알리는 데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창업자가 자신의 관성을 깨고 성공한 이야기는
이후 브랜딩을 위한 강력한 스토리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나름의 고난과 역경의 창업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만약 창업자가 상대적으로 더 큰 자기 극복과 어려운 환경을 이겨 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면, 이는 이후 브랜드의 정체성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석봉토스트의 김석봉 대표가 아직도 자신의 사무실에 ‘자랑스럽게’ 걸어 놓은 낡은 모자는 상징적인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를 바꿔 가기 전, 너무 창피해서 내 얼굴을 가리던 모자다. 너무 힘들어서 고민고민하다가 그만둘까도 결심했다. 그런데 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보니 창피함을 넘어서 속칭 쪽팔리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숙제를 풀었다. 쪽팔릴 거 확실히 팔자. 그래서 저 모자를 벗어던지고 지금의 이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 석봉토스트 대표 김석봉
마지막으로 창업자 개인이 가진 관성 깨기의 경험들이 직원들이나 조직에 전이되었을 때 이는 그 기업이 불황을 만나거나 자기혁신을 필요로 할 때마다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창업자에서 비롯된 한 기업의 핵심가치는 과연 어떤 식으로 전파될 수 있을까? 국내 최초로 나폴리 피자를 원형 그대로 들여와 개그맨에 이은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디마떼오의 이원승 대표는 자신의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했다. 만약 변화 없이 무료한 하루를 보낸다면 아무것도 기록할 수 없을 거란 자기와의 싸움과 이를 통해 얻은 승리의 경험은 이제 그와 함께한 직원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레스토랑에 오는 고객이 매일 다른데 어제의 방법으로 똑같이 한다? 안 될 말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이 있기 때문에 설렐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나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혼자만의 미래가 아닌 우리 직원들과 함께하는 미래 말이다. 인생의 어둠 속에서 지도를 가지고 있는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직원들과 함께 가는 거다.”
- 디마떼오 이원승 대표
한 마리의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면 수만 마리가 따라서 불을 밝히는 것을 ‘동조’라고 부른다. 사람 역시 재채기나 하품을 하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이 따라 하게 되는 것처럼 이 같은 동조 현상은 사람들 간에도 자주 발견된다. 만약 창업자의 건강한 습관이나 성공의 경험이 기업의 조직 문화로 체화될 수 있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에 녹아들게 되고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 역시 이를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창업자 개인의 Story는 기업과 브랜드의 History로 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잊지 말기를. 거대한 기업의 위대해 보이는 비전들 역시 처음에는 아주 작은 관성 깨기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창업자의 건강한 습관이나
성공의 경험이 기업의 조직 문화로 체화될 수 있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에 녹아들게 되고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 역시 이를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창업을 통해 자신의 관성을 깨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 즉 DOs & DON’Ts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항상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과 같이 단순하지만 구체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절대로 정직해야 한다’와 같은 추상적인 가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창업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기준을 지켜 가며 이를 자신의 몸에 체화한 사람들의 경험은 이후 그들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브랜드로 거듭날 때는 핵심 가치로 전이될 수 있다. 즉 개인의 성숙이 영속하는 브랜드의 완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성 깨기를 창업 전이나 혹은 창업 초기에 미리 경험하고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훌륭한 브랜드들은 자기 나름의 DOs & DON’Ts의 리스트를 (명문화된 것이든 아니든) 저마다 가지고 있다. 이러한 DOs & DON’Ts는 앞서 말한 브랜드의 핵심가치들을 지켜 가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만들어 가고 싶은 브랜드의 DOs & DON’Ts를 미리 만들어 이를 창업자가 스스로 지켜보는 연습을 해본다면 이는 미래의 브랜드와 자신의 삶을 싱크(sync)시켜 가는 훈련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브랜드의 진정성은 결국 창업자가 가진 생각이 아닌 실천에서 나온다.
따라서 이 같은 훈련은 3개월의 창업을 지나 30년,
혹은 백 년을 지나 영속하는 브랜드로 성장해 가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브랜드의 진정성은 결국 창업자가 가진 생각이 아닌 실천에서 나온다. 따라서 이 같은 훈련은 3개월의 창업을 지나 30년, 혹은 백 년을 지나 영속하는 브랜드로 성장해 가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물론 단순한 수익을 바라는 창업이라면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를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유익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창업은 소비자들에게 자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를 생산하고 이를 오랫동안 고객들에게 전파하기 원한다는 점에서 그 출발점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숨은 Wht 찾기).
그리고 이러한 가치는 창업자가 처음 품은 초심에서 비롯되며 이를 지키기 위한 숱한 관성 깨기의 역사(history)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 인간이 성장해가며 결국엔 존경 받는 브랜드로 함께 완성된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창업자 한 사람의 성장과 성숙은 (일반적인 기업이 아닌) 브랜드의 완성과 결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창업자가 처음 품은 초심에서 비롯되며 이를 지키기 위한
숱한 관성 깨기의 역사(history)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0 브랜드 창업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생명력으로 충만한 브랜딩을 위해 관성을 깨라. 인간 성숙의 창업 Story, 관성 깨기의 브랜드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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