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만한 브랜딩 기준을 꼽는다면 ‘상품이지만 사람의 기품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표가 붙어 있는 상품이지만 어떤 것은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경우도 있다.
상품의 생산 목적이 사람의 철학보다 위대하며 숭고할 때 우리는 열광한다.
그것이 바로 소비의 만족에서 소비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RAW라는 것은 제품이 점점 인공적이고, 정교해져 가는 과정에 대해 사람들의 거부 반응이다”
- 롤프 옌센
RAW의 소비가 단순히 웰빙처럼 더 좋고 세련된 것에 대한 추구는 아니다. 물론 RAW의 소비자가 지금의 상품보다 더 RAW 한 것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먼저 RAW의 소비 현상에 대해 롤프 옌센은 “RAW라는 것은 제품이 점점 인공적이고, 정교해져 가는 과정에 대해 사람들의 거부 반응”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도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 과잉, 무한복제, 도시적 삶의 관습성, 만들어진 강한 자극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현대인이 그것에서 탈출해 직접 경험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키워드가 RAW”라고 정의했다.
기술은 끊임없이 진보한다. 그렇다면 기술의 진보에 따른 사람들의 감성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본다면 역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브랜더들의 브랜딩 입문 과정으로 RAW를 꼽은 것이다.
RAW 한 원형을 보여 주는 상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는 고도화된 상품들의 진부함에 대한 도전이자 편리와 효율성에 대한 신선한 의심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RAW는 어떤 궤도를 그리면서 시장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고 있을까?
그 길을 따라가는 브랜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는 진짜 RAW 시장이다. 말 그대로 날 것을 파는 시장이다.
두 번째 시장은 RAWlish 시장이다. 한 마디로 RAW를 ‘연출’한 시장이다.
RAW는 크게 두 개의 시장을 그리면서 또 다른 시장을 만들고 있다. 먼저 두 개의 시장부터 설명한다면 첫 번째는 진짜 RAW 시장이다. 말 그대로 날 것을 파는 시장이다. 대표적인 시장을 찾는다면 식품에 있고 오가닉이라는 형태로 물을 시작으로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두 번째 시장은 RAWlish 시장이다. 한 마디로 RAW를 ‘연출’한 시장이다. 그러나 RAW의 시장은 두 가지로만 양분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많은 방법으로 분화되고 있다. 그 중에서 소극적 구매인가 적극적 구매인가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네 가지의 시장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사전적 정의에 가까운 RAW 한 상품을 소비자 관점에서 수동적으로 소비하게 해주는 브랜드다.
대표적인 예로 올가 ORGA를 들 수 있다. 유기농 식품을 얻기 위해 주말 농장처럼 자신이 능동적으로 직접 경작하려면 일주일에 3~4일은 지방에 가서 농사일을 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올가 소비자들은 주말농장 경작자보다는 훨씬 수동적으로 RAW를 소비하고 있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K-1 등의 리얼 격투 프로그램들도 이 영역에 속한다. 몇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헐크 호건과 워리어로 대변되는 미국 프로레슬링 WWF은 관중들과 어린아이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으며 그들의 독특한 제스처는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경기들은 각본이 있는 말 그대로 ‘쇼’에 가까웠음을 알게 되었다.
소비자의 욕구는 실제로 피가 튀기고 눈 주변과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 만큼 진짜 싸움에 가까운 K-1 등의 격투 프로그램들로 쏠리게 되었다.
인간의 가장 RAW 한 욕구(하지만 그래서 인간다운)인 격투 및 전쟁에 대한 욕구가 리얼리티에 가까운 격투 스포츠로 쏠리게 된 것이다.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격투 본능 혹은 파괴 본능을 그대로 표출하는 대신 수동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 시장의 대표적인 예는 레저 상품(카약, 암벽 등반, 래프팅 등)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상품 측면에서 보자면 극도로 자연에 가까운 RAW 상품을 제공하고 있고 소비자는 그것을 직접 체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품을 통해 소비자는 야생적 욕구를 스포츠로 승화시킨다.
또한 자신이 직접 내려먹을 수 있는 커피 재료(원두, 로스터기, 에스프레소 머신 등)를 제공하는 브랜드도 이 사분면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커피숍에서 마시는 커피는 다 만들어진 제품이며 원두를 가공하여 제공되는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직접 내려 먹기 위해서는 생두를 준비해 로스팅을 하고 직접 추출까지 하는 등의 능동적 행동이 요구된다.
제품 자체의 속성상 완성된 후 테이크 아웃으로 끝나는 즉, 가공 이전의 단계를 제공하므로 RAW 쪽에 가깝다. RAW 한 제품의 원형을 소비한다는 것은 이렇게 소비자의 수고스러움이 들어간다.
재미있는 것은 고객이 이런 수고스러움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RAW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수고가 아니라 재미에 가깝다.
이곳이 바로 ‘대량 소비’가 일어나는 시장이다.
가장 큰 시장이며 치열한 시장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초콜릿 시장에서도 초콜릿의 RAW 한 원형인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워 전쟁 중이다. 초콜릿의 기원은 3,000여 년 전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문명인들(올메크과 마야인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 올메크 인들은 카카오나무를 처음으로 재배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고, 마야인들은 최초로 카카오 빈을 쓴 음료로 만들어 왕과 귀족들이 즐기도록 했으며 신성한 의식에까지 이용하였다. 부드러운 감촉, 풍만한 향미의 초콜릿은 보기에도 우아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흠모의 대상이기에 소프트하고 감각적인 마케팅에 의해 판매되었다. 그러나 드림카카오는 과거 초콜릿 시장에서 행해졌던 감각적 마케팅과는 별개로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함량을 높인 ‘하이 카카오 마케팅’을 사용했다.
상품은 더 RAW 한 원형에 가까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많은 공정을 거쳐 가공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품은 RAW에 가깝다기보다는 RAWlish(굳이 해석하자면 RAW 스러운)한 상품이다.
초콜릿에 얽힌 모든 스토리는 싹둑 잘라 내고, 약간은 쌉싸래한 카카오의 진한 맛과 기능(심장병 예방과 스태미나 강화, 긴장 및 스트레스 완화에 탁월한 폴리페놀)에 집중하여 초콜릿의 RAW 한 원형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사실상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은 외려 가공 공정이 더 많이 들어간다. 드림카카오의 경우는 고유의 쌉싸래한 맛을 내는 비터(bitter)를 직접 제조하는 등 기존 초콜릿보다 더 많은 공정 과정이 숨어있다.
상품은 더 RAW 한 원형에 가까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많은 공정을 거쳐 가공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품은 RAW에 가깝다기보다는 RAWlish(굳이 해석하자면 RAW 스러운)한 상품이다.
또한 카카오 초콜릿 구매자 역시 특별한 노력을 하거나 수고를 통해 이 RAW 한 원형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 유통 과정이 편리한 완제품을 구매함으로써 RAW 한 감성만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다.
한편, PEPSI-RAW는 기존 콜라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사실 콜라는 가장 ‘인공적인 상품’의 대명사이다. 그런데 PEPSI는 PEPSI-RAW를 통해 ‘No Artificial, No Flavorings, No Sweeteners, No Colors, No Preservatives(무인공적인 것, 무향, 무설탕, 무색소, 무방부제)’를 지향하며 RAW 한 모습을 연출했다.
콜라 회사 스스로가 기존의 콜라는 건강에 좋지 않으며, 인공적인 성분이 있다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대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탄산음료 시장의 하락과 동시에 유기농, 친환경 건강 제품의 성장에 대응한 방안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내용물은 ‘Natu-ral Extracts(천연 추출물)’ ‘Cane Sugar(사탕수수)’ ‘Sparkling Water(탄산수)’로서 그 전과는 매우 달라진 RAW 한 재료들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PEPSI-RAW를 구매하는 소비자 관여는 기존의 콜라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Passive 한 면에 속한다.
소비자는 그냥 사서 마시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의 모 브랜드에 부정적 인식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아직 영국과 이후 일본에서만 한정적으로 출시했다. 마치 고도로 현대화된 콜라병에 콜라 대신 건강에 해가 없는 천연성분을 담아 파는 것과 같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간 만들어진 자사의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목적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RAW가 대량 소비의 트렌드가 된다면 기존의 많은 리딩 브랜드들이 이쪽으로 포지셔닝할 확률이 높다. 연출만 하면 되니까.
소비자 입장에서 RAW의 가장 큰 약점은 불편하다는 것이고 익숙지 않다는 것이다. 원형이라는 것은 과거에 쓰이던 즉, 아직은 개발이 덜 된 것이기에 현대인이 소비하기에는 무언가 익숙지 않다.
아무리 질주 본능을 표출하고 싶다고 해서 도심 한복판에서 말을 타고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며, 클래식한 깃털 펜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깃털 뿌리에 잉크를 찍어 가며 서류 작성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원형의 콘셉트는 살리되 우리가 소비하기 편리하고 익숙하게 만든 상품들이 이 영역에 속한다. 또한 소비자의 관여도 측면에서 보자면 단순 구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스스로 가공하고 관리하면서 더 높은 관계를 통해 상품을 자신만의 애착 대상으로 만드는 상품들이다.
몽블랑 만년필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 상품은 일반적인 볼펜보다는 훨씬 불편하다. 잉크를 리필해야 하는 수고와 그 과정에서 소비되는 시간 그리고 손과 애써 작성한 노트를 잉크로 더럽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고를 기꺼이 즐기는 소비자들이 있다. 원형적 속성에서 보자면 RAWlish에 속하는데 그 이유는 필기구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깃털과 잉크의 필기감을 그대로 살려내었기 때문이다. 펜에 가해지는 압력에 따라 굵기가 다르게 표현되면서 쓰는 이의 감정도 그대로 전달되는 감성이 녹아 있다.
소비자의 관여도 측면에서 보자면
단순 구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스스로 가공하고 관리하면서
더 높은 관계를 통해 상품을 자신만의 애착 대상으로 만드는 상품들이다.
페라리 마니아들은 구매 후 약 한 달 가량은 차를 길들이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고도의 기술 집약적 상품인 페라리를 길들인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튀어 오르는 듯한 말을 형상화한 엠블럼이 말해 주듯 페라리는 세계의 부호들이 주된 고객들이라는 것이 의심스러울 만큼 불편하고 길들이기 힘든 야생마 같다. 워낙 낮은 차체 때문에 운전석에 앉으려면 구부정한 자세로 들어가야 하고 액셀러레이터나 클러치도 부드럽지 않아서 부실한 하체로는 작동조차 힘들다.
가장 중요한 엔진에서부터 그 외의 모든 장비들을 사용자에 맞춰 ‘길들인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지 모른다.
스포티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반한 세계의 갑부들이 ‘폼’으로 들여놓았다가 1년도 안 돼 중고차로 팔거나 차고에 고이 모셔 두고 전시용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진짜 자동차의 RAW 함을 즐길 줄 아는 마니아들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페라리를 선호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서 페라리는 구매자를 위해 드라이빙 스쿨을 운영한다.
선조가 그랬듯 새로운 종마를 길들여 나에게 익숙하게 만들고 끝없는 관리를 통해 깊은 애착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궁극의 브랜딩인 유대관계, 즉 슈퍼내추럴 코드가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즉 이곳이 브랜드와 소비자가 하나가 되어가는 지점으로서 할리데이비슨, 지포라이터, 스트라이다 등의 브랜드가 브랜딩 된다
(슈퍼내추럴 코드가 있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STEP 3의 8장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그럼 다시 돌아와서 브랜딩의 원천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RAW 브랜딩, 곧 RAWlish가 이곳(the Zone)이다.
자신의 기호에 더욱 적합한 상품을 위해(Customized system)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고(Premium price)
그러한 금전적, 시간적 투자는 구매 후
관리 및 애착관계(Attachment)를 형성토록 하는 이유가 된다.
이 시장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3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영역에 속한 브랜드의 상품 가격은 동종 제품군의 타 상품보다 프리미엄 가격 존 형성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상품은 RAW 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오히려 기술적으로 더욱 앞선 혹은 더 많은 가공 공정과 제작자의 공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브랜드들은 구매 전, 후의 소비자 참여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 즉, 훨씬 능동적으로 브랜드를 소비하고 관리한다는 의미다. 편리성과 효율성보다는 구매 과정과 구매 후의 관리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는 곧 사용자와 상품 간의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RAW 한 상태를 연출하여 제공하고 제품에 대해 더 깊은 관여와 애정을 갖고 관리하도록 유도한다.
동종 상품군의 여타 상품보다 훨씬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과 참여의 기회를 더욱 제공한다는 것이 이곳 브랜드들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용자 스스로가 자신의 사용방법과 기호에 맞추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설정하고 기능을 변경해 가는 등 능동적인 자세를 취한다. 때로 그 과정은 프로슈머 (prosumer)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자신의 기호에 더욱 적합한 상품을 위해(Customized system)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고(Premium price) 그러한 금전적, 시간적 투자는 구매 후 관리 및 애착관계(Attachment)를 형성토록 하는 이유가 된다. 결국 구매자와 상품 간의 이러한 끈끈한 ‘관계’는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시키고 자발적인 소비자 커뮤니티를 갖게 한다.
스스로 제품을 진화시키고 자체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마치 종교집단에서 구성원 자신들이 신념에 의해서 그들의 세력을 불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곳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 품질, 경쟁력의 논리보다는 애착 유발의 논리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바로 브랜딩의 원천지다.
RAWlish의 성지에 해당하는 폭스바겐의 슈퍼 리무진을 만드는 드레스덴 공장(Dresden Factory)을 살펴보자.
이 공장은 예비 차주를 불러서 말 그대로 차가 태어나는 광경을 지켜보게 한다. 일명 유리공장에서 자신이 주문한 차가 나오는 것을 보는 것이다. 여기서 RAW는 영업소에서 나오는 기쁨보다 자신의 것이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기쁨을 보는 것이다.
만약에 아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바로 그 기분을 최첨단 시스템 덕분에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을 기쁨을 폭스바겐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즉 단순히 새 차를 뽑는 것이 아니라 새 가족을 얻는 경험을 줌으로 인해 잊고 있었던 RAW 한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RAW 콘셉트가 담긴 접근은 실제 브랜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그간 성공 사례로 수없이 많은 마케팅 서적에 등장했던 커피 공룡 스타벅스에도 이러한 RAW 콘셉트가 담긴 전략이 적용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스타벅스도 패스트푸드처럼 대중화되어 고객들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2008년엔 스타벅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미국 내 매장이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호주에서는 심지어 사업 실패를 인정하고 철수를 고려 중이라는 말도 들린다. 한국에서 여전히 건재하지만 수많은 유사 브랜드들 틈에서 장수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혁신과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올지 모른다. 이쯤에서 스타벅스도 자신들이 팔고 있다는 ‘문화’와 ‘공간’의 실질적 매개체인 커피에 잠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RAWlish 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스타벅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참여도 측면,
즉 Active와 Passive 측면에서는 어떠할까?
질 좋은 커피를 생활 가까이에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커피의 RAW 한 원형을 느낄 수 있도록 생두에서부터 로스팅이 끝난 상태의 커피빈을 전시해 둠으로써 RAW 한 콘셉트를 보여 주고자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RAWlish 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스타벅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참여도 측면, 즉 Active와 Passive 측면에서는 어떠할까? 30초 정도의 주문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 사항은 크게 보아 크림의 양과 시럽의 종류를 통한 맛의 결정 그리고 사이즈 선택 정도다. 이 정도라면 소비 측면에서의 RAW 함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이 브랜드의 RAW 트렌드 접목은 다음과 같이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하면 스타벅스에서 취급하는 모든 커피의 종류가 투명 플라스틱 원형관에 전시되어 있어, 간편한 푸시(push) 형 손잡이 조작으로 각각의 커피콩의 향을 직접 맡아볼 수 있다. 또한 이곳의 주문은 원두 블랜딩에서부터 로스팅 단계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모든 항목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나만의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커피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주문 사항을 읊지 않을까.
“커피는 아프리카산과 라틴 아메리카산 7:3 블랜딩으로, 로스팅은 2단계로 해주세요. 크림은 저지방 소이 밀크로 해주시고 캐러멜 시럽은 두 번 레이즐링 해주세요. 휘핑크림은 얹지 마시고 대신 시나몬 파우더 올려 주세요. 참, 톨 머그잔이오.”
이용객의 취향에 맞춘 주문(Customized system)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제조 공정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만을 위한 커피를 만들어 음미할 수 있다.
더 높은 가격대가 책정되는 것(Premium price)에 타당한 명분을 제공한다.
실제로 스타벅스에서 사용되는 커피 빈의 종류는 원산지 기준에 따라 크게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아라비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그 외에 입맛에 맞게 라떼,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모카, 캐러멜 마끼아또 중에 선택하고, 들어가는 크림 종류로는 우유, 두유 등을 두고 있다. 이에 휘핑 추가 여부와 아몬드, 캐러멜, 헤이즐넛, 바닐라 등의 시럽을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 샷을 더블로 할 것인지 트리플로 할 것인지 고를 수 있다. 이러한 조합은 약 2만 가지에 가까운 커피 종류를 연출한다고 한다. 하지만 상상해 보면 무척이나 번거롭고 주문 시간도 꽤 오래 걸릴 것이 분명하다. RAW를 접목시키되 소비자로 하여금 편리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의 주문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되, 플래그십만의 차별점으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가능하게 하는 주문 카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문서에는 원산지에서부터 시럽 종류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두고 소비자가 체크해 주는 대로 커피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단 모든 항목에는 ‘스탠더드(standard)’ 옵션을 열어 둠으로써 또 한 번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접근은 커피의 본질과 원형의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그들만의 커피를 선택하게 해 줌으로써 RAW를 다루는 브랜드로서의 포지셔닝을 구축하도록 도울 수 있으며, 여타의 커피 전문점과의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을 취할 수 있게 할지 모른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RAWlish를 적극 소비하는 시장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
이용객의 취향에 맞춘 주문(Customized system)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직접 제조 공정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만을 위한 커피를 만들어 음미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더 높은 가격대가 책정되는 것(Premium price)에 타당한 명분을 제공한다. 이로써 스타벅스를 방문할 때마다 자신의 커피를 색다른 방법으로 제공해 주는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 애착(Attachment)을 갖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장점 한 가지를 더 찾자면 소비자를 교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를 경험한 소비자는 커피에 대해 학습하게 되고 이것은 더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경험하고 싶은 욕구와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관련 상품들에 대한 추가 구매로 연결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이러한 접근은 소비자에게 있어 ‘커피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원형의 가치를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하고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당신이 제공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이다.
모든 산업에는 원형이 있게 마련이다.
즉, 당신이 제공하고 있는 재화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라.
이러한 RAW 콘셉트를 나의 업무 영역에는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좋을까.
그 첫 단계는 현재 당신이 제공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이다.
모든 산업에는 원형이 있게 마련이다. 즉, 당신이 제공하고 있는 재화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라.
그 원형의 가공을 소비자의 몫으로 두고 날 것 그대로 전달하든, 엄청나게 숨겨진 가공을 가해 마치 손대지 않은 원형인 양 꾸미든, 그 ‘정도(more or less)’에 관한 고민은 생산자의 몫이며 곧 전략이다. 그 고민이야말로 인간의 원형에 대한 무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적 혜안을 제공할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를 무의식적으로 끌 수 있는 강력한 암호 코드, 슈퍼내추럴 코드가 있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 원형의 가공을 소비자의 몫으로 두고 날 것 그대로 전달하든,
엄청나게 숨겨진 가공을 가해 마치 손대지 않은 원형인 양 꾸미든,
그 ‘정도(more or less)’에 관한 고민은
생산자의 몫이며 곧 전략이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13 브랜딩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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