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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기원(Origin)과 시작(Begin) 02 - 브랜드은유법

브랜딩/브랜드 B자 배우기

by Content director 2022. 3. 1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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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saleshops

 

기원(Origin)과 시작(Begin)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gin’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들어가는데, 이것의 어원은 유전자를 뜻하는 ‘gene’과

같은 계보다. 브랜드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강력한 브랜드는 기원(Origin)에서 시작(Be-gin)하거나, 혹은 시작해서 기원이 된다. 대체로 이런 브랜드의 기원은 문화에서 시작하며, 그렇게 시작된 브랜드는 또 다른 문화의 기원이 되어 새로운 브랜드의 시작이되기도 한다.

 

브랜드의 기원은 문화에서 시작하며,
그렇게 시작된 브랜드는 또 다른 문화의 기원이 되어 새로운 브랜드의 시작이되기도 한다.


브랜드 
은유법

 

먼저 두 개의 간판을 보면서 이곳에서 파는 상품이 무엇일지 상상해보자. 직관을 활용해 어떤 곳인가를 느껴 보길 바란다.

먼저 하모니라는 간판을 보며 심벌화 된 로고가 무엇을 말하는지 간파해야 한다. 알파벳 ‘A’와 ‘O’를 보라. 세상에서 이 두 개의 상징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다음으로 두 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babe’라는 의미는 ‘baby’다. 이번 심벌에서 주목할 것은 플러스와 마이너스다. 하모니의 두 개의 심벌 그리고 베이브랜드의 심벌은 각기 다르지만 같은 것이며, 같은 것이지만 다른 것이다. 이 정도의 힌트라면 이미 알아차렸으리라 생각한다.

 

 

두 군데 모두 바로 성인용품을 파는 곳이다. 성인용품은 크게 ‘성인용품, 성인용품 그리고 성인용품’으로 구분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글을 한자로 뒤집어 보면 成人用品, 性人用品 그리고 聖人用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성인용품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상권의 뒤 골목에 위치한 작은 상점으로, 지하 혹은 2층에 있다. 간혹 한적한 도로변 갓길에 작은 간판을 걸고 봉고차에서 상품을 파는 이동 판매점도 찾을 수 있다. 

 

성인용품협회에 따르면, 2010년에 우리나라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약 1,000억 원이 넘는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공식 통계일 뿐이다. 지하시장과 온라인 시장이 제외 되었기에 1,000억 원보다는 더 많은 시장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서 성인용품 브랜드의 브랜딩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바로 브랜드 은유법을 말하고자 한다. 

 

반면에 하모니와 베이브랜드는 핵심 상권에 당당히 위치하고 있다. 하모니는 우리나라의 종로에 해당하는 런던 옥스퍼드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베이브랜드는 우리나라 가로수길에 해당하는 뉴욕 소호에 있다. 여기서 성인용품 브랜드의 브랜딩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바로 브랜드 은유법을 말하고자 한다. 

 

 

하모니의 스펠링을 살펴보면 A라는 스펠링 위에는 천사(Angel)의 링이 씌워져 있다. 반면에 O자에는 뿔이 나와 있는데, O로 시작하는 단어는 악마와 사탄을 뜻하는 ‘Ogre’와 ‘Old Nick’이라는 단어가 있다.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가족을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고대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존재하는 어둠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모니라는 브랜드는 섹스에 대해 천사와 악마가 조화롭게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매장에는 ‘낮에는 현모양처, 밤에는 요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고객이다. 

 

독특한 방법으로 팔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뭐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이질적인 느낌은 사실 가장 확실한 브랜드 전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성인용품은 그야말로 性人用品처럼 음침하고, 퀴퀴하고, 암울한 뒷골목에서 팔고 있지만, 하모니 매장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며 그들을 자연스럽게 매장 안으로 들어오게 만든다. 그들이 팔고 있는 것은 性人用品이 아니라 어른들이 사용하는 成人用品을 선과 악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聖人用品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용품점을 찾는 사람들의 얼굴을 상상해 보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왠지 구질구질한 차림새에, 웃음을 지으며 머쓱하게 매장에 들어오는 성도착증 환자가 떠오르지 않는가?

 

이번에는 베이브랜드에 들어오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베이브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아기, 젖먹이, 풋내기라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호기심은 많지만 소심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성인용품점인 베이브랜드에 있다면 어떤 얼굴을 할까?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았지만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수줍은 사람이 생각난다. 왜 이렇게 상반되는 상상이 되는지 쇼윈도 사진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metaphor의 가장 좋은 해석은 ‘어떤 것을 머릿 속에 떠올릴 때 느껴지는 느낌’이다. 
이것이 메타포라는 단어의 진짜 정의라면 이것은 브랜드의 속성과 같다. 

 

매장에서는 분명 성인용품을 팔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성인용품이 아닌 다른 것을, 그것도 독특한 방법으로 팔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뭐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이질적인 느낌은 사실 가장 확실한 브랜드 전략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메타포(metaphor)를 은유법(隱喩法)이라고 해석한다. 어떤 사람들은 metaphor는 meta(over)+ phora(carrying)로 만들어진 단어이기에 그것의 정확한 정의는 ‘의미의 전의와 상승’이라고 한다. 그래서 metaphor의 가장 좋은 해석은 ‘어떤 것을 머릿 속에 떠올릴 때 느껴지는 느낌’이다. 이것이 메타포라는 단어의 진짜 정의라면 이것은 브랜드의 속성과 같다. 

 

진짜 브랜드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연상 이미지’가 얼마나 풍부한가이다. 

진짜 브랜드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연상 이미지’가 얼마나 풍부한가이다. 예를 들어 애플 컴퓨터와 델 컴퓨터를 떠올렸을 때, 어떤 브랜드에서 더 많은 느낌들이 나올까? 또 어떤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컴퓨터와는 관련 없는 단어들이 생각날까? 만약 섹시, 쿨, 젊은, 천재, 마니아, 집중, 혁신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면 이것은 어떤 컴퓨터일까? 이런 이미지와 느낌이 풍부할수록 더 강력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런 것은 기술로 카피할 수 없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핵심이기 때문이다.

 

‘빨간 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지만,
엘리자베스 아덴은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물도 브랜드가 되면 다른 것에 비해 10% 이상 더 비싸다. 이처럼 브랜드는 지극히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드는 ‘가치화’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유럽에 가면 아래와 같은 빨간색 문을 가진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흔하디 흔한 빨간색 문을 가지고 자신의 브랜드의 상징으로 만든 것이 바로 화장품 브랜드인 엘리자베스 아덴이다. 우리나라의 한 학습지 브랜드인 ‘빨간펜’처럼  ‘빨간 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지만, 엘리자베스 아덴은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빨간 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지만, 엘리자베스 아덴은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이제 소비자가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고 관계를 구축하려고 한다면, 소비자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브랜드의 메타포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는 사실 그리 오래된 질문이 아니다. 이것은 최근 마케팅으로 정의되지 않는 브랜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나온 질문들이다. 전쟁술은 한마디로 전쟁에서이기기 위한 지식이다. 따라서 이기지 못한 전쟁에서 사용된 전쟁술은 쓸모없다. 마케팅도 기업이 시장의 경쟁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지식이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 지식으로는 이길 수 없는 브랜드가 나타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이한 브랜드라며 그저 지켜보아야만 할까? 아니면 자신의 브랜드를 재점검해야 할까?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소비라는 행동을 유발하도록 만든 상품이다. 그런데 이제 소비자가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고 관계를 구축하려고 한다면, 소비자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Great Brand, 
Grandbrand


다시 한번 어린왕자 앞에 있는 여우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고….”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인형(어린 왕자의 여우처럼)을 찾는다. 그래서 인형 매장에 가 자기와 피부 색깔이 같고 얼굴 형태가 비슷한 인형을 고른다. 적절치 못한 표현이긴 하지만 이런 인형은 아이에게 있어 엄마와 함께 뽑는(?) 동생이다. 아빠가 사 온 선물 박스 안에 있는 인형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형 매장에 가 자기와 피부 색깔이 같고 얼굴 형태가 비슷한 인형을 고르고 한 마리의 곰이 태어나는 것을 보게 하는 인형브랜드

 

아이들은 이렇게 신중하게 고른 곰 인형의 심장(?)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는 곰 인형의 뱃속에 넣어 준다. 일종의 ‘생명 창조’ 행위다. 그리고는 잠시 후, 아이들과 부모는 한 마리의 곰이 태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은 마치 아이를 입양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주문한 차를 기다리게 만드는 폭스바겐의 쿤덴센터(Kunden Center)와 같은 분위기다. 비슷한 풍경은 휴대폰 매장에 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스마트폰들은 분명 다른 브랜드인데도 10m 정도 떨어져서 보면 분간하지 못한다. 애플의 아이폰은 런칭 당시인 2007년의 디자인과 지금의 디자인이 두께와 모서리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5년째 비슷하다. 물론 아이폰보다 이전에 출시된 아이팟과도 거의 흡사하다. 이렇게 비슷한 모습의 아이폰을 참지 못해(?) 아이폰의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별도의 케이스를 구매한다.

 

미니쿠퍼나 할리데이비슨의 고객도 자동차의 외형 디자인을 자신의 컨셉과 취향에 맞추어 랩핑(wrapping) 하거나, 혹은 액세서리를 달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다. 이처럼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브랜드를 자신의 것으로 길들이는 작업을 한다. 브랜드와 일종의 관계 맺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Re-Creating 작업을 통해서 말이다.

 

브랜드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Re-Creating 작업을 통해서 브랜드와 관계 맺기를 하고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브랜드를 자신의 것으로 길들이는 작업을 한다.
브랜드와 일종의 관계 맺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Re-Creating 작업을 통해서 말이다.

 

이런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브랜드와 여러 형태로 관계를 맺고 있다. 카메라 동호회 웹 사이트만 가도 브랜드별로 커뮤니티가 구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카페 중에서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카페들의 90%가 브랜드 커뮤니티다. 이런 현상이 50년도 안 된 브랜드 역사의 시작이라면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에는 현존하는 브랜드 중에서 어떤 브랜드가 존재할 수 있을까? 오직 ‘그랜드(Grand)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Grand’는 웅장함과 완전함이라는 뜻도 있지만 혈연관계에서는 부자(父子)의 관계를 말하는 ‘일등친(一等親)’이 라는 뜻도 있다. 손자를 ‘Grandson’, 친할아버지를 ‘Grand-father’라고 부르는 것처럼, 자신과 완전한 관계를 맺어 평생 함께 가는, 그런 일등친 브랜드를 그랜드 브랜드(Grandbrand)라고 부른다.

 

인간은 신과 더불어 무생물과도 대화할 수 있으며,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브랜드가 바로 그랜드 브랜드다.

 

 

나의 딸은 강아지와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옆에서 노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면 마치 강아지를 인간처럼 다룬다. 강아지와 완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봉제 곰 인형하고도 강아지와 놀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충분한 교감을 느끼며 그것을 살아 있는 아기 곰처럼 다룬다. 그 외에도 집에서 키웠던 열대어와 학교에서 숙제로 내준 완두콩과도 대화를 한다. 딸아이는 강아지와 놀 때는 옆집 강아지가 되어주고, 봉제 곰 인형과 놀 때는 곰 인형 엄마가 된다. 이처럼 인간은 신과 더불어 무생물과도 대화할 수 있으며,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간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감정을 교류하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브랜드가 바로 그랜드 브랜드다.

 

 

과연 내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지식으로 그랜드 브랜드를 창조할 수 있을까? 
혹은 지금 관리하고 있는 브랜드를 과연 그랜드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까?

 

 

브랜드의 궁극의 모습이 그랜드 브랜드라고 한다면, 브랜드의 시작(Be-ginning)에 관해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과연 내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지식으로 그랜드 브랜드를 창조할 수 있을까? 혹은 지금 관리하고 있는 브랜드를 과연 그랜드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까?

 

 

소모품과 
소품 

 

소모품은 말 그대로 계속 사용하면 닳아 없어지거나, 기능이 떨어져 다시 새것으로 바꾸어야 하는 물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상품을 소모품이라고 부른다. 소품은 주로 장식용으로 영화나 연극에서 극적 연출을 돕는 물품을 말한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자동차 중에는 소모품도 있고, 소품도 있다. 기름이 적게 들어가고 주행거리가 10만 ㎞가 넘어도 잔고장 하나 없는 자동차는 최고의 운송수단으로서 소모품이다.

 

우리가 타고 있는 차는 운송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자동차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 주는 소품이다.

 

고객의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브랜드만이 고객의 배역에 걸맞은 상징이 될 수 있다. 

 

이런 자동차는 30만 ㎞ 정도 탔다면 시쳇말로 제대로 본전을 뽑았다고 자랑할 수 있다. 반면에 기름도 많이 먹고 자주 고장도 나지만 최고의 소품인 자동차도 있다. 이런 차는 운송수단이기보다 자동차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 주는 소품이다. 이런 기준에 의하면 이 책에서 다루는 브랜드는 소품에 가깝다. 마치 배우들이 자신의 배역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소품을 사용하여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처럼, 고객의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브랜드만이 고객의 배역에 걸맞은 상징이 될 수 있다. 스파이더맨을 스파이더맨답게 만드는 소품은 무엇일까? 전신 쫄쫄이 추리닝. 셜록 홈즈를 뛰어난 탐정가답게 만드는 소품은 무엇일까? 파이프 담배와 단안경. 

 

 

“현대 소비자는 ‘나=내가 가진 것=내가 소비하는 것’이라는 등식에서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는지도 모른다”

 

 

만약에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한 30대임을 보여 주기 위한 소품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까?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현대 소비자는 ‘나=내가 가진 것=내가 소비하는 것’이라는 등식에서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인 중의 한 명이 구형 아이폰을 신형 아이폰으로 바꾸는 기기변경 보상 서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아이폰을 반납하지 않고 신형 아이폰을 구매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구형 모델(소모품)이 아니라 애플의 작품(수집품)이야.”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있어 그저 무엇을 사용하는지를 보여 주는 상품이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려 주는 소품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통찰력으로 브랜드 관점을 얘기하고 싶다. 

“초현실적인 현상은 그것을 믿고 싶은 사람한테는 항상 충분한 증거가있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에겐 충분한 모호함이 있다.”

 

이처럼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있어 그저 무엇을 사용하는지를 보여 주는 상품이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려 주는 소품이다. 자신을 드러내고, 또 존중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본능으로 인해 브랜드는 필수품을 사치품으로, 사치품을 필수품으로 만드는 놀라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면 명품 가방(가짜일 확률도 높다)을 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90만 원짜리 오리털 점퍼를 입은 고등학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가방은 원래 여자에게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 다닐 때 반드시 들고 다녀야 할 필수품이었지만, 지금은 천만 원이 넘는 사치품이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사람들은 그런 사치품을 살 돈이 없다면 가짜라도 사서 들고 다녀야 하는 도시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에게 있어서도 이 점퍼는 교복보다 더 교복(필수품)이 되어 버린 100만 원보다 조금 싼 아웃도어 브랜드(사치품)다. 

 

사람들은 그런 사치품을 살 돈이 없다면 
가짜라도 사서 들고 다녀야 하는 도시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관점으로 브랜드를 본다면 자신의 수입으로 무리한 액수일지라도 사고야 마는 브랜드는 이미 그 사람의 가치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 말한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해 보면, 기업은 브랜드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뿐만 아니라 영속가능경영을 할 수 있다. 

브랜드는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들 수 있는 가치 부여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브랜드는 소모품이 아니라 고객의 아이덴티티를 연출하며 상징화할 수 있는 소품이고, 또 브랜드는 물품이 아니라 일등친 브랜드라고 불리는 그랜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브랜드의 기본 속성은 영속성, 잠재성, 가치성, 상징성 그리고 관계성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이렇게 다섯 개를 구분했지만, 이것 외에도 브랜드별로 자기들만의 특별한 속성이 이 다섯 개의 속성과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속성을 만들어 낸다.  

 

기업은 브랜드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뿐만 아니라 영속가능경영을 할 수 있다. 
브랜드는 가치 부여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고객의 아이덴티티를 연출하며 상징화할 수 있는 소품이고, 
일등친 브랜드라고 불리는 그랜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이쯤에서 Brand의 ‘B’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고 싶다. 1부에서 Brand의 ‘B’자는 ‘Beginning’으로 브랜드의 시작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말하고 있다. 브랜드를 배우기 위해서는 다시 정리해서 말하면, 브랜드의 기원(Origin)과 시작(Begin)을 보면서 지금 시장에 있는 브랜드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 소비자와 소비자 그리고 생산자와 경쟁자 간의 ‘상호작용’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브랜드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온전한 브랜드가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이해하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의 기원(Origin)과
시작(Begin)

 

기원(Origin)과 시작(Begin)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gin’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들어가는데, 이것의 어원은 유전자를 뜻하는 ‘gene’과 같은 계보다. 브랜드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강력한 브랜드는 기원(Origin)에서 시작(Be-gin)하거나, 혹은 시작해서 기원이 된다. 대체로 이런 브랜드의 기원은 문화에서 시작하며, 그렇게 시작된 브랜드는 또 다른 문화의 기원이 되어 새로운 브랜드의 시작이되기도 한다.

 

앞서 한 번 언급했지만, 예전에 신발 브랜드인 컨버스에 관한 기원(Ori-gin)과 시작(Begin)을 추적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미국에서 결혼식을 할 때 신랑 신부는 물론이고 들러리까지 컨버스를 신기 때문이었다. 

 

 

왜 결혼식장에 온 사람들이 결혼식이 끝난 후 농구도 안 할 거면서 컨버스를 신었을까? 

 

컨버스는 창업자인 마퀴스 M. 컨버스(Marquis M. Converse)가 자신의 성을 따서 만든 신발 브랜드이며, 농구화가 주 아이템이다. 이런 기원(Origin)을 가진 브랜드와 결혼은 어떤 연관관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컨버스를 창업자의 이름이 아닌 단어 그 자체로 살펴보는 순간 또 다른 기원(Origin)을 찾을 수 있었다. 

 

CONVERSE 

라틴어: 함께 사귀다’, 고어 : ‘영적인 교제’

 

 

컨버스는 라틴어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는데, ‘함께 사귀다’ 라는 뜻과 더불어 고어에서는 ‘영적인 교제’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기원만 가지고 새로운 문화가 시작(Begin)되는 것은 아니다. 컨버스는 대대적으로 결혼 캠페인을 펼쳤는데,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Marriage means commitment, but not without my Converse.”

 

이런 캠페인으로 인해 컨버스의 시작(Begin)은 ‘농구화’였지만, 지금은 사랑을 기원하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분명 컨버스의 기원(Origin)은 농구화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아이콘으로 변화되기 시작(Begin)했다. 이처럼 우리가 시장에서 강력하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기원(Origin)과 시작(Begin)에 관해 그들만의 독특함과 다름이 존재한다. 

 

컨버스의 시작(Begin)은 ‘농구화’였지만, 지금은 사랑을 기원하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Instagram / jamandula

 

마케팅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성배로 여기는 전략 중의 하나는 바로 포지셔닝이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것은 ‘시장에서 최초가 되어 최적화를 이루고 궁극적으로 최고가 되어라’이며, 이 개념에는 ‘기원(Origin)과 시작(Begin)’이 존재하고 있다. 아마도 시장에서 포지셔닝만큼 검증된 전략은 없는 것 같다. 

 

브랜드는 결과적으로 최종(Origin)의 모습을 추구하면서 시작(Begin) 해야 한다.

이 포지셔닝은 근본적으로 인식의 첫 번째 사다리 위에 올라가야 한다는 개념이기에 당연히 속도가 중요하다. 여기서 속도를 뜻하는 ‘Speed’라는 단어는 고어인 ‘sped’에서 나온 것으로 본래의 의미는 ‘성공’이다.

 

이처럼 스피드라는 단어 안에는 세 가지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데, 하나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속도’이고, 또 하나는 ‘힘’, 그리고 앞서 언급한 ‘성공’이다. 스피드 안에 있는 ‘속도=힘=성공’이라는 매커니즘은 브랜드를 운영함에 있어 탁월한 전략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치명적인 위험을 가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는 속도이고, 또 하나는 성공이다. 

 

컨버스에서 캔버스화를 먼저 만들지 않았다. 몽블랑도 최초로 만년필을 만들지 않았다. 나이키도 최초의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며, 스타벅스도 맥도날드도 그리고 닥터마틴도 모두 최초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최종’이 되었다. 브랜드는 결과적으로 최종(Origin)의 모습을 추구하면서 시작(Begin) 해야 한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5 브랜드 B자 배우기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
- 세상의 브랜드와 브랜드의 세상, BRAND의 B는 BEGINNING : 브랜드의 기원(Origin)과 시작(Be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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