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마케팅의 정수, 린치핀-비비고

프로젝트 다큐

by chief-editor 2023. 1. 5. 17:52

본문

브랜드를 만나 브랜드가 되다


The interview with 곽정우  전)CJ제일제당 신선마케팅 그룹장 상무 / 현)신세계푸드 유통본부장

 2016년 6월 인터뷰 / 프로젝트 다큐는 2017년 작성 


브랜드에서 BM은 브랜드 매니저(Brand Manager)를 뜻하는 약어다. 반면 목적이 이끄는 브랜드의 BM은 비욘드 마스터(Beyond Master)로, 주인 이상의 직원을 뜻한다. 이들의 브랜드에 대한 특별한 열정과 애착은 브랜드의 가치를 더해준다. [인터뷰 당시] CJ제일제당 브랜드 매니저 곽정우 상무는 16년간 120여 명의 브랜드 매니저와 동고동락하면서 프레시안, 비비고, 백설 등 30여 개의 식품 브랜드를 키워온 현장 전문가다. 곽 상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목숨 걸고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가 온 열정을 다해 만든 브랜드는 그저 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선물세트 하나에도 브랜더(Brander)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야 세상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빈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식문화를 꿈꾼다’는 그는 브랜드의 숭고한 가치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비욘드 마스터였다.


브랜드 매니저의 
역할과 기준

 

Unitas BRAND 저희가 연구하는 휴먼브랜드에 대한 관점을 역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브랜드 매니저가 브랜드를 관리하게 되면서, 그 자신이 브랜드가 되는 경우도 있나요?

 

곽정우 
대부분의 브랜드 매니저들이 자기가 맡은 브랜드에 강한 애착이 있습니다. 주위에서도 이름 대신 브랜드 이름을 부르기도 합니다. 쁘띠첼(Petitzel)을 론칭했던 브랜드 매니저는 성이 ‘홍’씨였는데, 다들 ‘쁘띠홍’ 이라고 부르다 보니 나중에는 이름이 기억이 잘나지 않을 정도였죠.

브랜드 매니저는 점점 그 브랜드를 닮아갑니다.  반대로 브랜드가 담당 브랜드 매니저를 닮기도 합니다. 브랜드 매니저의 성향이 브랜드에 녹아나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브랜드 매니저에게 전이되기도 하죠. 서로 상호작용을 합니다. 누군가가 나의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하면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으쓱해지기도 하면서, 점점 비난과 칭찬과 같은 외부 반응에 민감해집니다. 이 단계가 되면 브랜드 매니저는 상당히 고통스러워집니다. 브랜드는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 개발자부터 생산, 원재료를 공급하는 사람들, 배달하는 사람들, 영업하는 사람들까지 브랜드 매니저가 책임을 지게 됩니다. 결국, 외부의 ‘인정’과 ‘칭찬’만이 브랜드 매니저를 고통에서 구원할 수 있습니다.

 

Unitas BRAND 브랜드 매니저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곽정우 
브랜드 매니저를 정의하면, ‘벨류체인(Value Chain)과 업(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벨류체인을 브랜드와 연결하여, 사람들에게 브랜딩함으로써 P/L(Profit and Loss)과 B/S(Balance Sheet)를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매니저는 구매전략과 생산운영 전략, 영업의 채널 관리, R&D 제품 기술 진화방향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동시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경쟁사의 움직임, 선진국의 동향, 유통과 미디어의 변화 등을 늘 관찰하고 브랜드 전략에 녹여야 합니다. 하 지만, 아무리 브랜드 기획을 잘해도 본질적으로 제품의 실체가 없으면 허상일 뿐입니다. 제품을 통해 브랜드를 잘 구현하고, 벨류체인을 구성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의 핵심개념을 익혀야 하는데 이 과정이 꽤 깁니다. 가령 만두를 예로 들면 만두에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인 부추, 돼지고기, 파, 마늘, 밀가루 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죠.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산과정을 다 꿰차고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만두피를 얇게 해서 바삭함을 더할지, 두부라면 콩에 대해서, 햄이라면 돼지고기에 대해 전문가 수준으로 알아야 합니다. 적어도 1년 정도 사이클이 돌아야 한 제품이 어떤 벨류체인으로 생산, 소비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걸 알게 됩니다. 브랜드 매니저들은 브랜드를 기획하고, 매일 벨류체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응하고, 이해관계자를 설 득해가면서 방향을 잡아나갑니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니 이 직업은 ‘마감’이 없습니다. 늘 브랜드를 생각하죠.

 

 

Unitas BRAND 브랜드 매니저를 채용할 때, 인사과의 채용 기준과 상무님의 채용기준이 다를 것 같습니다.

 

곽정우 
브랜드 매니저는 절대 화려한 직업이 아닙니다. 대학생 때 마케팅에 관심 갖고, 광고 동아리를 했던 경험으로 ‘나중에 멋진 캠페인을 해야지’ 생각했다가 크게 실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원 시절엔 멋지고 화려하지 않은 일이 95% 이상입니다. ‘고작 이거하려고 대학까지 나왔나’ 생각이 들 정도로 지겨운 일이 수년 동안 반복되는데, 그럼에도 그 과정을 즐기려면 열정이 중요합니다. 금방 달아오르는 뜨거운 열정이 아니라, ‘염원’과 같은 열정을 말합니다. 개인의 소양으로는 ‘열정’ ‘버티는 힘’ ‘어울림’이 필요합니다. 이는 ‘관점’이 아닌 ‘시선’을 의미합니다. 관점은 책, 워크숍 등 다양한 자기 계발 방법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만, 시선은 본인이 수양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관점, 인사이트도 매우 중요하지만, ‘따뜻한 시선’이 없다면 헛된 기술에 불과합니다. 또한, 브랜드 매니저는 ‘애틋한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를 접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애틋함’이 없으면, 브랜딩은 일시적이거나 평범해집니다. 결국 브랜드 매니저는 제품 하나를 들고 세상 앞에 혼자 서 있는 존재입니다. 그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그 상황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브랜드 매니저란

 

Unitas BRAND 그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브랜드 매니저 지원자는 누구였나요?

 

곽정우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삶은 사소한 브랜드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사소한 브랜드에 브랜드 매니저는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브랜드 히스토리 이해에서부터 벨류체인에 대한 재해석, 어떻게 브랜딩을 해왔고, 어떤 성과가 있는지를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경력사원은 거의 100% 뽑힙니다. 반면, 큰 회사의 브랜드에서 일하신 분들은 브랜딩의 한 부분만 맡은 경우가 많고, 브랜드 자체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해외 본사나 사업 주관 부서의 정책으로 정해지는게 많다 보니, 빅 브랜드의 브랜드 매니저가 반드시 실력 있는 건 아닌 듯합니다. 기능적으로는 상당히 실력이 뛰어나지만, 브랜드 매니저를 하기엔 벨류체인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경우가 있거든요. 오히려 ‘그런 브랜드가 있었나?’ 할 정도의 작은 브랜드의 매니저가 브랜딩에 깊숙이 개입해 있고, 벨류체인과 브 랜드를 창의적으로 연결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겐 ‘따뜻한 시선’이 있습니다.

 

 

Unitas BRAND 상무님은 많은 브랜드 매니저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부하직원이지만 존경할만한 브랜드 매니저가 있습니까?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곽정우 
과거 브랜드 팀장을 했던 후배들과 현재 브랜드 매니저로 있는 후배들 모두 존경합니다. 이들 모두 제가 상사로 만나고 싶은 브랜드 매니저들입니다. 미국은 시장이 매우 크고, 회사의 브랜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브랜드 매니저들이 상대적으로 일하기가 편합니다. 반 면 아직 시장규모가 작은 우리나라는 브랜드 매니저를 하기에 척박한 환경입니다. 저를 비롯한 선배들이 아직 글로벌 브랜드 하나를 못 만든 상황이라, 후배들이 고군분투하며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상당한 기술과 개인적 소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CJ의 브랜드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아직도 ‘가르쳐주세요’ ‘배우고 싶습니다’를 입에 달고 다니는 지금의 브랜드 매니저들이 해낼 것이라 믿습니다. 성과 내는 사람을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희 팀의 브랜드 매니저들을 존경합니다. 배우는 자세뿐만 아니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업에 대한 사명감이 있습니다.

 

Unitas BRAND 좋은 브랜드 매니저들의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곽정우 

시대적으로 의미를 갖는 브랜드와 성공한 브랜드는 어김없이 모두 ‘열정’ ‘지루함을 버티는 힘’과 ‘어울림’을 갖춘 브랜드 매니저가 있었습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저희에겐 굉장히 힘든 시기였습니다. 큰 매출 규모에 비해 브랜드 매니저의 수가 너무 적었고, 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에게 조금만 더 해보자고 격려해준 사람들이 바로 브랜드 매니저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이 지금도 계속 함께 하고 있고, 각자 성공신화들을 갖고 있죠. 이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열정과 서로를 위하는 어울림이었습니다. 그들은 결코 화려하지 않으며, 겸손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벨류체인을 이해하고 리드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브랜드 매니저들이 그 DNA를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습니다. 브랜드 매니저들 중 제가 가장 버티는 힘이 약하고, 어울림이 부족합니다. 다른 분들이 저를 잘 감싸 안아주어서 안 보일 뿐이죠. 좋은 브랜드 매니저들과 일한다는 건 제겐 ‘행운’입니다.

 


브랜드의 
성공사례

 

Unitas BRAND 좋은 브랜드 매니저가 이뤄낸 브랜드 성공 사례로는 어떤게 있을까요?

 

곽정우 

몇 년 전만 해도 햄은 불량식품으로 인식되어, 첨가물 이슈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더(The) 건강한 햄’5 은 한 브랜드 매니저가 ‘원래 햄은 건강한 식품인데 오해가 많은 것 같다’며 편견을 극복해 보겠다고 해서 만든 브랜드입니다. 올바른 방향이었고, 방향성에 맞는 브랜드명이었기에 당시 내부에서 많은 지지가 있었습니다. ‘스팸(SPAM)’도 선물세트의 고급화와 그에 부합하는 브랜드 리뉴얼을 주장했던 브랜드 매니저가 있었기에 지금의 스팸이 되었습니다. ‘비비고 왕교자’는 3년간 냉동 사업이 잘 안 돼서 마음고생이 많았던 브랜드입니다. 그럼에도 성공한 이유를 저는 ‘브랜드 매니저와 브랜드팀의 고통’이라고 말합니다. 때로는 제품이 혁신적으로 앞서 나가거나 혹은 브랜드가 앞서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브랜드 매니저가 잡아줘야 합니다. 무조건 혁신이 좋은 건 아닙니다. 변화에 맞추어 때로는 소비자를 리드하고 때로는 쫓아가면서 ‘어울림’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처럼 성공한 브랜드 뒤에는 오랜 기간 마음 고생한 브랜드 매니저들이 있습니다.

 

 

Unitas BRAND 브랜드와 브랜드 매니저와의 어울림을 강조하셨는데요, 
실제 이들의 조화가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곽정우 
브랜드는 수명주기가 있습니다. 도입기거나 치고 나가야 하는 브랜드일 경우, 도전적이고 공격 적 성향의 사람을 배치합니다. 새 브랜드를 만들 때는 많은 브랜드를 경험하고, 벨류체인을 카테고리 별로 경험한 사람을 배치합니다. 반면에 성숙기에 도달하면 관리가 기획보다 중요해서 다소 차분한 사람을 브랜드 매니저로 배치합니다. 이 시기에는 문제가 생기면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어울림’을 고려해 배치해도, 담당 브랜드 매니저는 브랜드에 맞춰 변화를 보입니다. 굉장히 공격적인 성향의 브랜드 매니저도 차분히 관리해야 하는 브랜드를 맡으면, 상당히 유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거죠. 또한, 작은 브랜드를 키우면서 작은 성공들이 이어지면, 담당 브랜드 매니저는 자신감 있게 일을 추진합니다. 반면에 브랜드가 계속 위기를 겪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되죠. 제 역할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매니저가 교만해지지 않게 하고, 위기를 겪는 브랜드 매니저가 덜 지치도록 돕는 정도입니다.

 

 

Unitas BRAND 브랜드를 죽이는 브랜드 매니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이런 사람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곽정우 
두 가지 경우입니다. 첫 번째는 자기 자신과 브랜드를 별개로 놓고, 오로지 성과를 인정 받아서 다른 회사로 가려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브랜드가 어떻든 간에 매출과 이익을 높이고, M/ S(Market Share)와 인지도를 높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자기 자신과 브랜드를 지나치게 동일시해서,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고 어떻게든 브랜드를 살려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어울림’이 깨집니다. 이 둘 모두 브랜드를 죽입니다. 그래서 브랜드 매니지먼트는 팀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브랜드를 지나치게 객관화하면 매출과 이익의 도구로서 사용하게 되고, 지나치게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면 현실적으로 무리한 벨류체인을 구성하고, 소비자에 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알아달라며 무리하게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를 죽이는 사람은 주위의 동료들이 금방 눈치를 챕니다. 다들 ‘저러다 브랜드 죽이겠다’고 생각하니까요.

 

 

Unitas BRAND 브랜드 매니저가 가격 결정에 참여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브랜드에는 어떤 득실이 있나요?

 

곽정우 
정확히 말하면, 가격을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에 입력하는 사람이 브랜 드 매니저입니다. 가격결정에 참여한다기보다 생산, 영업, 연구소의 의견을 수렴해 가격설계를 하고 동의를 얻어내고 합의를 받아내는 직무입니다. 요즘 브랜딩의 시대가 열리면서 가격책정 (Pricing) 7 분야가 천대받고 있는데, 사실 가격은 브랜딩의 핵심입니다. 해당 브랜드의 가격을 어떻게 설계했느냐, 가령 프리미엄 혹은 매스를 지향하느냐, 아니면 파괴적 혁신의 개념이냐에 따라 가격이 정해집니다. 가격 결정은 매출, 손익에 대한 이슈가 아니라, 아주 핵심적인 브랜딩 요소이기 때문에 반드시 브랜드 매니저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브랜드 매니저는 원가 중심, 경쟁 중심, 소비자 중심의 관점으로 가격을 고려해서, 그 사이의 최적점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각 채널 간에 드는 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때 브랜드 매니저가 중심을 잃지 않고 설계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신상품을 만들어내고, 기존 제품을 진화시키는 것을 병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브랜드와 제품 간의 차이가 줄어듭니다. 브랜딩의 시대가 되면서 4P Mix가 구시대적으로 상징되는 건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보통 가격 정책 부서, 유통 부서, 광고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데, 결국 ‘브랜드는 누가 관리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 매니저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

 

Unitas BRAND 결국 사업기획, 제품개발, 런칭, 영업, 판매에 이르기까지 브랜딩의 전 과정을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씀이신데요, 브랜드 매니저를 키우기 위해서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지 궁금합니다.

 

곽정우 

CJ 대부분의 사업은 소비자와 직접 만나기 때문에, 교육시스템이 상당히 잘 되어있습니다. 브랜드 매니저로 입사하면 연차별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교육을 진행합니다. 브랜드 매니저는 의무적으로 모든 벨류체인을 직,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마지막은 직접 거래처를 맡아서 영업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이 브랜드에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는지 직접 체험하게 되죠. 가령 식품 포장재의 문안이 틀릴 경우, 제품을 모두 수거해야 합니다. 브랜드 매니저가 아차 하는 순간 전 벨류체인에 영향을 주고, 회사 이미지에도 치명적입니다. 모든 벨류체인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배우는 건 상당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CJ는 방송사업, 영화, 홈쇼핑, 음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서, 브랜드 매니저가 각 사업 부의 마케터와 함께 교육을 받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CJ제일제당은 브랜드 매니저 시스템이고 타 사업 군은 마케터 시스템인데, 함께 사내 교육을 받다 보면 서로 논의하게 되고, 더 많이 알게 됩니다. 저도 tvN 국장님, 오쇼핑의 사업담당자, 넷마블의 사업담당자와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다양한 업계 소식을 접하며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브랜드 매니저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최적의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Unitas BRAND 브랜드 매니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교육 방법은 무엇입니까?

 

곽정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책을 읽어야 합니다. 브랜더(Brander)의 크기가 브랜드(Brand)의 크기가 됩니다. 개인 인성의 크기가 원의 지름을 결정합니다. ‘기술을 높힌다’는 자세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원을 크고 빠르게 그리기 위해서는 중요한 기본 서적을 몸에 완전히 체득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마이클 포터의 《경쟁론》 게리 하멜의 《전략적 제휴》 김위찬의 《블루오션 전략》 크리스 텐슨의 《미래 기업의 조건》 이라는 4권의 책을 읽고, 즉시 벨류체인을 구축할 때 써야 합니다. 그냥 읽는 건 소용이 없습니다. 실제 응용해야 합니다. ‘이 제품은 핵심역량 위주로 벨류체인을 설계하고, 브랜드와 이렇게 조화를 이뤄야겠다’ ‘이 제품은 어떤 경쟁우위로 전체 브랜드에서 어떤 역할을 부여해야겠다’가 바로 나와야 하죠.

따뜻한 시선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다큐멘터리를 찍어보는 걸 권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피상적으로 보는 것과 심도 있게 관찰하는 건 다르니까요. 많은 마케팅, 혁신 관련서적에서 소비자를 관찰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비즈니스 필드에서 소비자를 잘 관찰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Unitas BRAND 브랜드 매니저를 꿈꾸는 대학생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꿈을 키워나가야 할까요?

 

곽정우 
브랜드 매니저는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 역할을 주로 합니다. ‘복잡함’을 ‘간명함’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개인의 소양을 키워 ‘원’의 지름을 넓히고, 그 원을 빨리 그리는 ‘기술’을 많이 익혀야 합니다. 브랜드 매니저는 결코 화려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경험하면서 부지런히 ‘기술’을 연마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신만의 시대정신과 자기성찰이 필요합니다. 또한, ‘브랜드 관련 서적 중 10권은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재무, 회계 관련 서적, 전략 서적, 마케팅 서적, 가격, 유통, 광고/판촉, 제품혁신 관련 서적을 정해서 완전히 체득해야 합니다. 철학과 소양을 갖춰도 기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대학시절은 기술연마를 부단히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또한 단체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배양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랜드 매니저는 CEO 역할을 사원 때부터 해야 합니다. 벨류체인의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리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리더십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브랜드, 사소한 브랜드까지도 다 알겠다는 태도로 임하세요. 가령 우리가 종종 쓰는 스탬프는 어떤 브랜드인지 미처 자각하지 못합니다. 스탬프는 ‘매표’라는 브랜드로 국내 1위입니다. 이런 브랜드를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로 만들면 큰 도움이 됩니다.

 

 

브랜드의 
시대적 역할

 

Unitas BRAND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브랜딩을 할 때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곽정우 
브랜드의 벨류체인을 운영하다 보면 세상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게 됩니다. 브랜드를 통해 세상 을 보게 되는 것이죠. 브랜딩은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접근과 내부로부터의 접근. 즉, ‘세상에서 이 브랜드가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하는가’와 ‘이 브랜드는 세상에 어떤 얘기를 해야 하는가’입니다. 또한, 브랜드를 해석하는 관점은 ‘세상 속에서 이 브랜드를 해석하느냐, 브랜드를 통해서 세상을 해석하느냐’가 있습니다. 브랜드 매니저가 조용한 육가공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어묵을 산업화했습니다. 만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외식 브랜드와 가공 식품 브랜드의 영역을 없앴습니다. 모두 브랜드 매니저가 해온 일들입니다. 좋은 브랜드 매니저를 키우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브랜드 매니저는 브랜드의 사용자, 원재료의 가격 변화, 경쟁/유통상황의 변화 등을 보고, 세 상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부분이죠. 그래서 브랜더에게 중요한 자질이 ‘시대정 신’을 갖는 겁니다. 그 시대의 정신을 이해하고, 자기만의 시대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Unitas BRAND 브랜드 매니저가 브랜드의 가치와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브랜드를 운영할 때 나타나는 브랜드의 변화가 궁금합니다.

 

곽정우 
가령, 스팸(SPAM) 선물세트는 선물을 주는 사람의 마음이 잘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 누군가는 절실한 마음을 담아 선물하기도 하니까요. 때문에 선물 세트는 선물을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목숨을 걸고 선물 세트를 만듭니다. 선물세트는 경제의 효율성을 넘어선 보다 높은 차원의 문제입니다. 모두가 사소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큰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습니다. 성공한 첫째, 둘째 아들, 그리고 아직 이렇다 할 성공을 하지 못한 셋째 아들 모두가 설 명절에 부모님 집에 모입니다. 첫째, 둘째 며느리는 어머니에게 ‘백화점 상품권 100만 원’을, 셋째 며느리는 ‘샴푸, 비누 선물세트’를 드렸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마침 비누가 떨어졌는데 너무 고맙다’고 하니까 첫째, 둘째 며느리는 당황해합니다. 액수로는 자신들의 선물이 더 큰데, 고작 선물 세트에 감동하니 말입니다. 거기에 아버지가 한수 거들어 “비누, 세탁실에 많던데…” 했다가 “비누 다 떨어졌어요. 모르면서 왜 아는 척하세요”라고 되려 어머니에게 혼납니다. 어머니는 셋째 아들이 애틋하고, 아들의 그 마음이 고마운 겁니다. 때로는 선물세트가 100 만원과 경쟁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때, 밀리면 안 됩니다. 번듯해야 합니다. 받는 사람이 고마운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Unitas BRAND 브랜드에는 상품 그 이상의 가치가 담기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곽정우 

저희는 창업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브랜드는 세대, 집단을 이어줘야 한다고 배웠어요. 브랜드의 중요한 역할로 사회 갈등 해소를 생각하다 보니, 엣지(Edge)가 부족한 브랜딩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로 문화를 만든다는 철학은 브랜드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만큼 보람이 큽니다. 이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브랜드를 운영하면, 브랜드의 전개방식과 신제품 나오는 패턴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나 더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게 아니라, 빈부격차, 세대갈등을 해소하여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 장기적으로 브랜드가 크고 담대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저는 명품 브랜드가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 시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비판적입니다. 대다수의 브랜드는 ‘갈등을 조장’하여 포지셔닝합니다. 그러면 브랜드는 돈을 버는 도구로 쓰일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거죠. 브랜드는 오직 사람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식문화를 일반 사람들도 즐기도록 만드는 게 저희의 미션입니다.

 

 

Unitas BRAND 브랜드의 가치와 자신의 가치를 일치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브랜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동의하신다면 그 이유와 사례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곽정우 
반드시 사람과 브랜드가 하나가 되어서 동시에 성장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은 브랜드는 맡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만약 불가피한 경우, 브랜드의 존재가치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도록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외형적인 디자인, 광고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제공하는 실체도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브랜드는 지속되지 않습니다.

피자 제품에 이익이 나지 않아서 제가 ‘자연치즈 말고 가공치즈 쓰자’고 했더니, 브랜드 매니저가 ‘그냥 자연치즈 쓰겠습니다’ 합니다. ‘그 제품이 그렇게 많이 팔릴리가 없다’ 해도, ‘그래도 브런치 슬라이스 햄(Brunch slice ham) 문화가 올 겁니다’ 하면서 계속 레시피를 개발하고 소비자의 사용경험을 늘립니다. ‘정제염에서 천일염으로 바꾼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 해도 ‘그래도 천일염 김치를 하는 게 맞습니다’ 하며 설득하고 바꿔 나갑니다. 제가 매출과 이익 관점으로 브랜드에 해가 되는 오더를 할 때면, 브랜드 매니저들이 반대하고 버팁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 브랜드 매니저들이 많이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흐뭇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늘 행복한 이유입니다.

 

전) 곽정우 상무는 5년 전 브랜드 매니지먼트 팀원들에게 보냈던 메일 이야기를 해주었다. 발신제목은 “마케팅, 좋아하세요?” 그는 만화 <슬램덩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주인공 강백호는 소연에게 잘 보이기 위해 농구에 입문하지만, 어느 순간 정말로 농구를 좋아하게 된다. 시합 도중 쓰러진 강백호가 깨어나며 소연에게 “(농구를) 정말 좋아합니다. 거짓이 아니라고요.” 고백하는 장면을 그는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는다. 오늘의 승리가 내일의 패배로 이어질지 모르는, 초당으로 사활을 거는 마케팅 현장. 그는 마케팅 최전선에 있기 위해서는 묵직한 염원과도 같은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끔은 너무나 힘들어 주저 않고 싶을 때, 열정 너머의 숭고한 염원만이 한 걸 음씩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걸 알기에. 한 직원으로부터 “네, (마케팅) 좋아합니다” 란 고백을 받았을 때 가장 기뻤다는 그는 늘 스스로에게도 묻는다.

이렇듯 브랜더들은 치열하게 브랜드의 가치와 자신을 일치시키면서 브랜드와 하나가 되어갔다.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함께 하며 브랜드 그 자체가 되고있다.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 뒤에는 브랜드의 가치를 온전히 이어받은 브랜더가 존재한다.

 

 

2016년 전)곽정우 상무와 그의 동료들이 함께한 비비고 브랜드를 소개한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