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습관, 브랜드 소비 심리를 밝히다

브랜딩/브랜드 인문학, 인문학적브랜드

by Content director 2022. 6. 22. 18:51

본문

반응형

ⓒbrandness.co.kr

The interview with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곽금주

 

브랜드에 있어 심리학은 낯선 손님이 아니다. 대부분의 브랜드 관련 논문들이 심리학적 견해를 바탕으로 씌어진 것만 봐도 심리학은 오히려 브랜드와 너무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학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타스브랜드가 인문학을 탐구하는 이 자리에서 또다시 심리학을 찾은 이유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의 심리적 기제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려는 사유 방식이 다를 뿐, 심리학 역시 인문학과 그 뿌리를 같이하는 또 다른 얼굴의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연구 주제 자체가 광범위해 인문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적 접근을 통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지다 보니 그 교차점에서 인간을 규명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인간을 이렇게 다각도로 바라보는 학문이기에 어쩌면 심리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브랜드는 이미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습관의 심리학》과 《20대 심리학》의 저자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을 탐구하는 또 다른 인문학으로서의 심리학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다양한 분야를 통해 규명된 심리학의 결과들은 또다시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관련된 현상들의 이해를 돕는다. 곽금주 교수는 브랜드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행동에는 합리적인 이유보다도 더 강력하게 그들의 사고와 행동을 유발하는 습관의 심리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현재 모든 기업의 화두는 바로 예측 불가능한 사람의 심리와 행태다. 어제는 마치 자신의 브랜드를 영원히 지지해 줄 듯 열광하던 소비자가 오늘은 세상에 둘도 없는 적이 되어 등을 돌리면 100년을 갈 것 같던 회사도 언제 문을 닫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소비자의 소비는 매우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이루어진 행위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비합리적이며 직관적이고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들이 많다.


심리학, 
인문학의 
또 다른 얼굴

 

UnitasBRAND 최근 경영학 쪽에서 심리학 교수들을 인터뷰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경영 전략에 대해서만 언급하던 전문가들도 이제 사람의 심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 심리뿐만 아니라 기업 조직 내에서도 심리학은 조직원들의 일에 대한 동기 부여, 업무 스트레스 해소, 기업이 중시하는 인재상, 직무 능력 등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는 등 심리학을 기업 경영에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습니다. 심리학자로서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곽금주(이하 '곽') 우리나라의 경우, 말씀하신 대로 경영학 쪽에서는 이제 막 심리학의 기초들을 응용하려는 시도들이 보입니다. 다른 몇몇 나라들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기업과 사회 전반에 심리학을 잘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선 심리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가지 않은 회사나 조직이 없을 정도로 심리학에 대한 사회의 수용력이 높습니다. 일단 회사에서만 보더라도 조직 간의 갈등과 같은 인간관계의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상담가를 두는 것은 필수거든요. 

 

 

모든 학문의 바탕에는 인간이 있어요.
모든 사회 문제들이 인간으로부터 발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한 10년 전쯤이긴 하지만 친분이 있던 경영대 교수가 미국을 다녀와서 하는 말이 미국에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가장 많은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학생들이 학부에서 심리학을 공부한다고 하더군요. 심리학을 공부한 후에야 비로소 학생들은 법학이든 경영학이든 자신이 전공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변호사가 되려고 해도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니 기본적으로 사람을 알아야 하고, 회사를 경영하려 해도 경영의 전반적인 일들이 모두 인간관계, 조직, 구성원들에 관련되어 있죠. 

시대에 따라 인간을 연구하는 틀은 끊임없이 바뀌었지만 인간의 마음과 행동의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고자 하는 심리학의 본질만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다

 

모든 학문의 바탕에는 인간이 있어요. 그러니 심리학을 자신의 전공 분야를 위한 바탕으로 두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제 그 가치를 안 겁니다. 모든 사회 문제들이 인간으로부터 발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니 다들 인간이 궁금하지 않겠어요? 

 

 

UnitasBRAND 오랫동안 인간은 인간 스스로를 객관적 존재로서 규명해 오길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심리학이죠. 그래서 심리학을 인간에 대한 주체적 사유를 바탕으로 하는 철학과는 다르게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의 한 분야로서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심리학 역시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학문이기에 인문학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닐까 싶습니다. 

 

곽 인간은 사회적이면서 동시에 생물학적인 존재입니다. 심리학은 이런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지닌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죠. 그래서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뿌리는 인간을 이해한다는 의미에서 철학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학문적 접근을 통해 인간을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아마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어떤 학문보다도 심리학만큼 매력적인 학문도 없을 겁니다. 

 

저 역시도 이러한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거든요. 제가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는 이것 사람과 세상에 대한 저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내가 왜 이럴까, 또 왜 저럴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심지어 ‘왜 더운데 거지들은 저렇게 두껍게 옷을 둘둘 두르고 다닐까’라는 궁금증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게 답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심리학 실험을 통해 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온 것입니다. 물론 시대에 따라 인간을 연구하는 틀은 끊임없이 바뀌었죠.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파악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의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고자 하는 심리학의 본질만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죠. 

 

 

브랜드는
습관의 총체다

 

UnitasBRAND《습관의 심리학》이란 교수님의 책에서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습관에 관한 교수님의 정의를 제가 브랜드로 살짝 바꿔 보았습니다. “브랜드(습관)란 제한된 돈(용량)을 가진 우리들이 일상에서 해결해야 될 여타의 중요한 생각이나 행동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모든 선택과 판단 행동을 일일이 따져야 한다면 우리들은 지금처럼 많은 것을 구매(일을)할 수 없을 것이다. 브랜드(습관)는 자기 조절 자원(self regulatory resource)을 고갈시키지 않고 중요한 결정을 위한 조절력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어만 바꿨을 뿐인데 브랜드와 습관이 마치 같은 말인 듯 느껴지는군요. 아시다시피 습관은 자동성이 전제된 것입니다. 세수를 하거나 밥을 먹거나 냉장고를 열어 음식을 꺼내는 등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하는 모든 행위들을 이른바 ‘자동 처리 과정’인 습관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반복되는 습관은 한정된 정보 처리를 위한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행위죠. 

특정 행위들을 자동화시켜 남게 된 에너지를 이용해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데 씀으로써 인간은 더 효율적으로 많은 일을 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에게 습관이라는 것은 굉장히 좋은 거예요. 두 사람이 100m 달리기를 하는데 한 사람은 50m 앞에서 출발 총성을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하지만 이 자동성이 악습관일 때는 그만큼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은 때론 자신의 습관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는 점입니다. 무엇을 좋아하거나 혹은 싫어하는 것 역시 습관일 수 있어요. 인간의 사고도 습관일 수 있으며 여러 행위들도 습관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특별한 이유 없이 자동적으로 ‘나는 저런 사람이 싫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이 습관인지도 모르고 있을 때가 많아요.

 

 

브랜드(습관)란 제한된 돈(용량)을 가진 우리들이 일상에서
해결해야 될 여타의 중요한 생각이나 행동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UnitasBRAND 《습관의 심리학》이라는 교수님의 책은 사실 소비자의 심리를 알고 싶은 브랜더들이 많이 읽는 책입니다. 세계 최대 물류업체인 페덱스는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게 된 이유가 그들의 신속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실제로는 풀이나 가위 같은 도구 없이도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페덱스의 봉투가 사무실마다 비치되어 있기 때문이었죠. 고객이 습관적으로 페덱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한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구매를 결정짓는 열쇠는 고객들의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이 아닌 바로 ‘습관’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죠. 브랜더들은 습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인간이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을 갖고 행동하는가는 심리학에서도 늘 연구 대상입니다. 이 문제를 주제로 다룬 심리 연구들을 보면 인간의 사고가 매 순간 얼마나 주먹구구식의 판단에 의지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들은 매우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이루어진 행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비합리적이며 직관적이고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들이 많죠. 

 

고객이 습관적으로 페덱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브랜드를 구입할 때 보면 더 그렇죠. 쓰던 가방이 망가졌기 때문에 새 가방을 사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겠지만 보통 가방 하나만 가진 사람은 별로 없죠. 왜냐하면 인간은 대부분 하나의 물건으로 만족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수십 개의 가방을 가진 것도 모자라 시즌별로 가방을 산다거나 세일이라서 산다거나 온갖 이유를 붙여 새 가방을 구입하죠. 

 

소비자의 소비는 매우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이루어진 행위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비합리적이며 직관적이고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들이 많다.

 

 

바로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을 분석해 패턴을 읽으면 고객의 마음의 습관을 읽을 수 있죠.

 

이성적이며 합리적일 것 같은 소비 행위가 경제적인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재미납니다. 상황이 이러니 기업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이런 비합리적인 심리기제는 읽기 힘듭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을 분석해 패턴을 읽으면 고객의 마음의 습관을 읽을 수 있죠. 자동차 구매 행위를 보면 인간의 비합리적인 심리들이 얼마나 구매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어요.

 

옵션이 붙을수록 가격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차 가격에 비해 엄청나게 저렴해 보인다는 이유로 부수적인 여러 자동차 용품들의 구매를 쉽게 결정해 버리죠. 이것을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 in door)’라고 합니다. 이 이론 역시 인간의 비합리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구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시승을 시킨다든지 무료로 샘플을 쓰게 한다든지 해서 조금씩 발을 들여놓게 함으로써 결국 구매에 이르게 하는 거지요.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 in door)이론은 조금씩 발을 들여놓게 함으로써 결국 구매에 이르게 한다는 것으로 인간의 비합리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UnitasBRAND 현재 일부 신경생리학자나 인지심리학자들은 대부분 사람의 행위가 습관이라는 자동성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브랜드도 고객들에게 자동적으로 선택되거나 구매되는 습관이 되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브랜드도 소비자들의 심리기제를 습관이라는 마음의 틀로 보는 것이 중요하죠. 최대의 만족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대안들을 면밀하게 분석해 합리적으로 구매 결정을 내린다는 고전 경제학으로는 현재의 시장과 소비자를 설명하기는 역부족입니다. 시장을 정확히 분석, 예측하기 위해 경제적 동향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거죠.

습관은 한정된 정보 처리를 위한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행위다.

 

그래서 사람들의 습관에 주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특정 행동과 특정 시간, 장소, 안정적인 맥락이 연합되고, 이런 연합이 습관적 행동을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습관은 곧 시장의 습관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음의 습관을 읽을 수 있다면 시장을 보는 눈이 매우 밝아질 것입니다.

 

고객의 습관은 곧 시장의 습관으로 이어진다. 

 

사람의 기호나 행동 또한 습관에 의한 것이라면 습관의 총체가 바로 브랜드가 아닐까요. 


UnitasBRAND 사람의 기호나 행동 또한 습관에 의한 것이라면 습관의 총체가 바로 브랜드가 아닐까요. 일전에 ‘슈퍼내추럴 코드’라는 특집을 다룬 적이 있는데 애플만 좋아하는 사람들, 로모 카메라만 고집하는 사람들, 이런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맞춰보니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행태와 취향에는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습관으로 인한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바로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이런 경험을 하고 굉장히 신기해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일전에 지인 둘을 서로 소개시켜 준 적이 있었어요 물론 그들은 서로 처음 보는 사이였고요. 한 사람은 모 브랜드의 휴대폰 케이스를 가지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동일한 브랜드의 신발을 신고 있더군요. 제가 이 둘을 소개시켜 주니까 아주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어요. 사실 둘은 서로를 몰랐을뿐더러 한 사람은 20대였고, 나머지 한 사람은 30대로 세대까지 다른 사람들이었어요. 

 

사람의 기호나 행동 또한 습관에 의한 브랜드 취향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과 공통점이 있으며 함께 나누고 일체됨을 이룬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서로를 보자마자 나눈 첫 대화가 “어? ○○브랜드 쓰시네요?” 이더라고요. 당시 저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조차 몰랐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휴대폰 케이스와 신발이 같은 브랜드였는데 서로가 서로를 단번에 알아보고 그런 대화를 나누더군요. 놀랍지 않나요? 브랜드는 이런 역할을 하죠. 옆 사람을 한번 보세요.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쓰는 사람을 보면 말을 걸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신가요?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브랜드는
아이덴티티다. 

 

UnitasBRAND 심리학자 앤 가드는 “어떤 사람의 습관은 곧 그 사람의 정서적 요구의 반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 간에는 무언가 같은 것을 향하는 공통적 심리가 있는 듯하군요.

“당신이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서 당신을 알 수 있다”는 한 코코샤넬의 말처럼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거나 즐겨 사용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정서적 요구의 반영이 아닐까요? 심리학자인 교수님이 보기에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곽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에는 다른 사람과 비슷한 부분을 찾아가면서 자아 정체성을 형성해 가죠. 그러다 성장하면서 점차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출발점이 되는 거죠. 불행하게도 대개 그러한 욕구는 다른 이들에게 사회적 규범에 반하는 튀는 행동으로 인식되곤 하는데 그 정도가 심해질 때는 일탈 행동으로 규정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사회의 제재를 받기도 하는데 소비의 묘미는 이 순간 발휘되죠. 소비 행위를 통해 자신의 독특함을 드러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잖아요? 

 

“당신이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서 당신을 알 수 있다” - 코코샤넬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브랜드는 한마디로 ‘아이덴티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는가가 곧 그 사람의 어떤 정체성을 반영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개인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지만 또한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 간의 집단 아이덴티티이기도 하죠. 예컨대 제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도 저와 동일한 브랜드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서로 간에 통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왠지 모르게 그 사람과 나는 공통점이 있을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사람일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죠. 

 

 

 

곧 그 사람의 어떤 정체성을 반영하는 겁니다. 개인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지만 
또한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 간의 집단 아이덴티티이기도 하죠. 

 

 

너와 나는 같은 아이덴티티다라는 겁니다. 그리고 “나는 곽금주다” 했을 때도 물론 곽금주라는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있지만,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곽금주다”라고 하면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서울대라는 집단의 아이덴티티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되잖아요. 서울대라는 브랜드 집단에 속해 있음으로써 얻게 되는 집단의 아이덴티티가 내 개인의 아이덴티티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겁니다. 

 

 

UnitasBRAND 예일대학의 심리학 교수 리처드 니스벳은 자신의 저서 《생각의 지도》에서 우리 안에는 다른 사람과 더 친밀하게 관계를 유지하려는 상호의존적인 특징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려는 독립성이 혼재한다며 인간의 이중문화적 특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 무리 안에서 진정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켈리 테퍼 티안(Kelly Tepper Tian)과 윌리엄 비어든(William O. Bearden), 그리고 게리 헌터(Gary  L. Hunter)에 의하면 사람들의 소비 행동에는 다른 사람들과 구분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독특성 욕구(Consumers’ Need for Uniqueness)’가 작용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않은 물건을 사는 행동을 통해 타인들과 다른 독특한 사람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엄청나게 비싸서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살 수 없는 물건을 구매하거나, 아직 다른 사람들이 갖지 않은 신제품을 소비하는 것 역시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기 위한 행동인 것입니다. 

 

사람들의 소비 행동에는 다른 사람들과 구분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독특성 욕구(Consumers’ Need for Uniqueness)’가 작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의 자아(Ideal self)를 갖고 있지만, 실제 자신이 평가하는 자신의 모습(Real self)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이것을 자기 모순(Self-discrepancies)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이 모순을 해결하고자 할 때 소비가 이루어지는 거라고 할 수 있죠. 이것이 바로 브랜드를 소비함으로써 브랜드로부터 아이덴티티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기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뚜렷하고 강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열광해 모여들게 되는 겁니다.

 

* 독특성 욕구(Consumer’s Need for Uniqueness)

길거리에서 나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마주친 상황을 생각해 보자. 그리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Tepper, Bearden, Hunter(2001)는 타인과 구별되고자 하는 비순응적인 구별성을 소비자의 독특성 욕구로 정의했다. 구매의 중요한 기준으로 남들과 다른 독창적 선택(creative choice), 대중적이지 않은 독특한 선택(unpopular choice), 다른 사람들과 같은 물건을 사기꺼리는 유사성 회피(avoidance of similarity)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들의연구 결과에 따르면 40대에 비해 10대가, 그리고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독특성 욕구가 높았으나 성별에 따라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brandness.co.kr

 

 

UnitasBRAND 예전에는 상품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였다면 요즘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동호회가 형성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뚜렷하고 강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열광하고 모여듭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매우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죠. 앞으로 브랜드가 더욱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가져야 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시대에 심리학자로서 브랜더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강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 나라가 선진화될수록 사람들의 기호가 매우 다양해지거든요. 우리나라 역시 점차 선진국으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기호가 엄청나게 다양해졌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요즘은 그냥 카메라가 아니라, 누구는 니콘이 좋고, 누구는 파나소닉이 좋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호가 브랜드 별로 모두 나눠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욱 선진화되어 갈수록 이로 인해 더욱 다양해질 사람들의 기호만큼이나 브랜드도 세분화되어야 하고, 특성화돼야 할 거예요. 그러기 위해 앞으로 브랜드는 더욱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려야 하죠. 

 

더욱 다양해질 사람들의 기호만큼이나 브랜드도 세분화되어야 하고, 특성화돼야 할 거예요. 
그러기 위해 앞으로 브랜드는 더욱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려야 하죠. 

 

 

앞으로 브랜드를 점거할 젊은 세대들에 주목해 보십시오.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굉장히 까다로워요. 제가 결혼, 사랑, 동거와 같은 주제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다 보니 요즘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많이 듣게 됩니다. 외고 출신의 S대를 다니는 학생이며, 텝스 점수는 몇 점인데 동거인을 구한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친구들부터 이성친구와 손을 잡거나 사귀는 결정 사항에 대해 엄마와 의논하는 학생까지 젊은 세대들의 스펙트럼이 옛날보다 굉장히 다양해졌죠. 이런 현상은 젊은 세대들의 취향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강력하게 구축하는 행위 자체가
인문학적 사유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며
브랜드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데 있어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각자 취향이 확실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브랜드 역시 굉장히 특성화되고 세분화돼야겠죠. 많은 특성을 한꺼번에 담으려 하지 말고 한 가지로 전문화해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강력하게 구축하는 행위 자체가 인문학적 사유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며 브랜드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데 있어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브랜드 마니아를 만들고 강력한 문화를 구축하려면 이중문화성을 이해해야 한다.

특정 브랜드를 유난히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누구보다 개성이 뚜렷하다. 자신이 ‘반골 기질과 예술적 감각’을 DNA로 자유로운 감성을 겸비했다고 말하는 로모(LOMO) 마니아,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감각적인 튜닝을 즐기는 등 심미성을 중요시하고 여성적인 면모가 많다는 BMW 미니(MINI) 마니아, 강하고 터프한 남성적 본능의 발현을 즐기는 할리데이비슨 마니아….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차별화된 존재가 되고 싶어 함과 동시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마니아 그룹에 들어가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이것이 앞서 말한 이중문화성이다). 따라서 브랜더들이 브랜드 마니아를 만들고 강력한 문화를 구축하려면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로모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되 전 세계 로모 유저들의 사진 작품을 모아 ‘로모 월(LOMO Wall)’ 같은 행사를 열고 미니나 할리데이비슨은 정기적으로 마니아들이 한데 모이는 랠리를 개최해 소속감을 느끼게 해 준다. 이런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이 개인의 아이덴티티 표현뿐만 아니라 집단 소속감을 느끼게 해 주기에 제품이나 서비스의 단점도 상쇄한다. 개인에게는 불편인 단점도 단체에서는 그룹에 속하기 위한 통과의례 중 하나로 의미가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것만 봐도 브랜드가 인간의 이중문화성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유니타스브랜드 Vol.12 참조).


곽금주 서울대학교 아동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조지워싱턴대학교 교육학 Ed.S, 그리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인간발달학회 회장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1996년 International Young Scholar Award를 수상하고, 미국 국립보건연구소 겸임연구원, 한국심리학회 부회장, 발달심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20대 심리학》 《습관의 심리학》 《흔들리는 20대》 등 다수가 있으며, 《한국 맥아더-베이츠 의사소통발달 평가 사용지침서》 등 10여 권의 공저 및 역서를 출간했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2 下 브랜드인문학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습관, 브랜드 소비 심리를 밝히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